[사설] 美의 韓환율 관찰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직접적인 제재는 아니지만, 한국의 외환 정책과 자본 흐름이 미국의 관리·감시 대상에 놓였다는 신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관찰’이라는 단어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런 시점에 국내 정치권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의 불안 신호가 나왔다. 작년 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야당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중국 자본의 불법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고금리·고환율·관세 변수에도 주가가 오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스스로도 ‘추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발언의 진위가 아니라 타이밍이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과 자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공식화한 직후, 국내 정치권에서 외국 자본의 불법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장면은 해외 투자자와 정책 당국에 또 다른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시장은 설명보다 ‘말’에 먼저 반응한다.

 

환율 관찰국 재지정은 단순한 외환 이슈가 아니다. 관세, 무역 적자, 투자 이행 여부까지 함께 묶여 미국의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이 정치적 논란과 음모론에 휩싸인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불확실성의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의 문제 제기는 본래 권리이자 역할이다. 그러나 금융시장과 외환 문제는 정치적 수사보다 훨씬 민감한 영역이다. 근거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는 ‘경고’가 아니라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과제는 명확하다. 미국에는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설명해야 하고, 시장에는 불필요한 불안을 키우지 않아야 한다. 환율은 정책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신뢰는 말 한마디로도 흔들린다. 환율은 이미 미국의 레이더에 올랐다. 정치권의 언어가 시장까지 흔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