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무회의 자막 한 줄이 보여준 ‘국민을 향한 국정’

시사1 윤여진 기자 | 국무회의는 늘 뉴스 속에 있었지만, 정작 국민의 곁에 있었던 적은 많지 않았다. 발언은 요약돼 전달됐고, 현장은 소수만이 온전히 접할 수 있었다. 그런 국무회의가 20일 작은 변화 하나로 한 걸음 더 국민에게 다가왔다.

 

청와대에 따르면, KTV를 통해 생중계된 제2회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실시간 자막방송이 도입됐다. 소리를 켜지 않아도,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회의 내용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 변화는 기술적 조치 이전에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정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이번 자막방송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 직후 “생중계에 자동 자막이 나오게 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서 출발했다. 불과 몇 주 만에 현실이 됐다. 정책 하나, 제도 하나를 만들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 현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그만큼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무회의 생중계는 사실상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들만의 것이었다. 폐쇄자막 시스템을 생중계에 접목해 속기사가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달하면서, 국무회의는 비로소 모두의 회의가 됐다. ‘국민주권 정부’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화면 속에서 구현된 셈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청와대가 향후 AI 자동 자막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핵심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해 기술 생태계와 협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행정의 투명성 강화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접근이다.

 

국정 운영에서 거창한 개혁만이 변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막 한 줄, 화면 속 작은 글씨 하나가 국민과 정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이날 국무회의 자막방송은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 그래서 더 반가운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