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리 주말 프리 마켓 쇼핑과 둘레길 걷기
경기도 포천시 소흘면 고모리 호수공원광장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장터를 쇼핑했다. 또한 시원한 늦가을 바람과 함께 청정호수 가장자리에서 뿜어 내는 분수의 물줄기를 보며 둘레길을 걸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고모호수공원 광장에서 시장이 열린다. 일명 '고모 마켓'이다. 이곳 광장은 '미사에 참석한 이중섭씨' '어둠 속에서 온 소리' '민간인 ' '북치는 소년' 등의 시로 잘 알려진 고 김종삼 시인의 시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장터는 농민들이 직접 기른 다양한 농산물들을 직거래로 살 수 있다. 고구마, 호박, 상추, 시금치, 냉이, 무, 배추, 생강, 마늘, 양파 등과 이곳 특산물들도 전시된다. 물론 무농약 특산물도 상당수 있다.
전통염색 옷, 눈 찜질팩, 머플러, 양말 등도 살 수 있고 대추, 땅콩, 밤 등 견과류도 시선을 끈다. 물론 초등학생 아이를 뒀다면 설탕이 아닌 100% 사탕수수 천연당으로 만든 솜사탕도 눈여겨 볼 수 있다. 다양한 과일 등 전통주스도 잘 팔린다. 장인이 만든 도깨비 방망이, 도마 등 손공예 작품도 제법 눈길을 끈다.
23일 오전 고모 마켓을 들려 쇼핑을 했다. 겨울 냉이도 샀고, 형형색색의 양말도 구입했다. 이곳저곳 부스를 돌다가 지치면, 광장 무대에서 펼쳐진 노래, 연주 등 나눔 콘서트를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날은 색소폰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색소폰 공연이 끝날 때 쯤, 호수공원 저수지의 둘레길로 향했다. 이곳 저수지는 해발 600m인 죽엽산에서 흐르는 물로 이루어지는데, 1300천톤 저수량을 자랑하고 있다. 저수지에는 분수와 오리배, 보트 등을 탈 수 있는 쉼터 등이 조성돼 있고 둘레길 인근에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등이 있다. 저수지 면적 0.18㎢, 둘레길 거리 2.6km로 걸으면 40여분이 소요된다.
이날 이곳 둘레길에는 포천시 소흘읍, 일동면, 신북면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소흘읍 홍정희 작가의 '고장 난 엄마'라는 시였다.
마음이 고장난 엄마
엄마를 부탁해요
갈곳 잃은 색연필
그리기
색칠하기
우여곡절 끝에 하나 성공
아이처럼 따라서 환한 웃음을 지으신다
오래된 묵언들을 사방으로 헤매다가
다시 눈동자에 가두었다
멈춰진
그곳에서 우린 언제나 낯익은 타인
땅속열매 피어난꽃 닮은 그리운 당신 돼지감자꽃 당신
호수 가장자리에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분수대, 추위 때문인지 아무도 타지 않고 쉼터 옆에 꽁꽁 동여 매여 있는 오리배들의 애처로움을 보며 천천히 둘레길을 걸었다. 호수 주변에 지은 멋진 집들이 눈에 들어오자, 그곳에서 하루밤을 묶고 싶은 심정은 왜일까.
맑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 다니고, 늦가을 서리 맞은 죽엽산의 단풍이 어우러진 고모호수의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연신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됐다.
좀더 걸으니 무당벌레 모형이 나오고 그곳에서 뛰어 노는 한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나의 어린시절의 동심을 자극했다.
저수지 수문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 제방(뚝) 위를 걸었다. 제방 중간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셀프 카메라로 촬영했다. 일어나 천천히 걷자, 조그마한 동산이 나왔다. 이를 통과해야만 한 바퀴 완주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동산 꼭대기에는 두 개의 의자만이 불청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산을 내려와 호수를 바라보니, 암수 청둥오리가 나란히 헤엄치고 있는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맞은 편에는 30대로 보인 젊은 부부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기착지인 고모저수지 광장에 도착하기 직전, 고모리 호수 가장자리에서 솟아 오른 분수의 다양한 모습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조금 걷자 인상깊은 곳에 도착했다. 포천시 소흘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빨간 '느린 우체통'이다. 오늘 넣은 편지는 매월 말 모아서 수신인에게 배달되기 때문이다.
요즘 전자메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정성드려 쓴 고전적 손편지를 엽서에 담아 가족이나 친지, 연인, 친구, 지인들에게 보내면 어떨까.
출발지인 고모호수공원에 도착해, 된장국에 넣어 먹을 겨울 냉이와 형형색색을 자랑하는 양말을 샀고, 곧바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인근식당으로 향했다.
고모저수지는 낚시와 수영이 금지된 곳이다. 이곳 농민들에게 농업 용수를 공급할 담수용 저수지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산책과 명상을 할 수 있는 완성 맞춤의 휴식공간으로서 적격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