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민위방본(民爲邦本)’의 국가경영철학 구현 <27>

제5절 공평한 조세정책

3. 누진세 부과: 가난한 자는 적게, 부유한 자는 많이 과세

 

송태조 조광윤은 국가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독특한 정책들을 실시했다. 민생의 원기를 회복해 주기 위한 정치환경을 보장하고 재원을 확대해 재정수입을 확보하려 했다. 조광윤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보다 더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했다. 조광윤은 통계상의 어려움으로 경제현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주로 농민의 상황에 따라 경제정책을 수립했다. 이른바 ‘재정수입’이란 세금징수를 가리킨다. 송나라는 당나라 양세법을 답습했고 인구와 농토를 결합시킨 세법(稅法)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세법은 폐단이 있었다. 대부분의 지주(地主)들이 전답면적을 속이는 방법으로 탈세했던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한 조광윤은 “인구수에 다른 과세에 집착하지 않고 토지의 겸병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것은 인구수에 맞춰 세금을 징수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빈부에 따라 격차를 둔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조광윤의 ‘애민사상(愛民思想)’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대개의 농민들은 재산이 별로 없고 빈곤하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수입을 이들에게 의존해 확보해서는 안 되며 그들을 착취하는 것은 반항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개인이 농토를 매매할 수 있게 허용하고 얼마든지 땅을 살 수 있게 하였다. 누구나 땅의 사용권을 가질 수 있고 지주(地主)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무상으로 땅을 소유할 수 없으며 반드시 전답의 면적에 따라 조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재정수입의 근원이며 실질적으로 토지의 국유성격을 띄고 있다. 그가 토지의 겸병을 강화한 것은 당시의 상황으로는 합리적인 정책이었지만, 후대에 이르러 상황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계층간 소득격차와 갈등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조광윤이 실시한 첫 번째 조치는 대규모로 농토를 측량하는 것이었다. 토지를 정확하게 측량하고 토지면적을 정확하게 산출했다.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땅에 대한 세금을 에누리 없이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조치는 토지와 자산을 근거로 하여 전국의 호적을 5개 등급으로 나눴다. 1등급은 땅을 몇 경(頃)에서 수백 경까지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이다. 2~3등급은 땅을 몇 경 차지하고 있으며 적어도 100무(畝) 이상 소유하고 있는 소지주이다. 당시 1~3등급의 세대를 ‘상호(上戶)’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전국 경작지의 5분의 4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인구는 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상호(上戶)들은 주로 토지를 사들여 재산을 늘려나갔다. 4등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소량의 토지를 갖고 있으며 자산이 40~50관(貫)인 자작농이다. 5등급은 토지가 아주 적은 사람들로서 만일 세금을 내면 굶게 된다. 당시 4~5등급을 ‘하호(下戶)’라고 불렀는데 인구는 전국의 5분의 4였지만 경작지는 5분의 1에 불과했다. 이것은 나라가 5분의 4에 달하는 토지세를 이 상호(上戶)로부터 징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는 개인이 많은 땅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토지면적을 속이는 방법으로 탈세하는 것을 불허했다. 하호(下戶)는 땅이 전국 경작지의 5분의 1 밖에 되지 않으므로 특혜를 적용해 5분의 1의 토지세만 부담하게 했다. 또 수입격차에 따라 상응한 세금경감 조치를 취했다. 하호(下戶)는 인구의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조광윤의 “인구수에 따른 과세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정책은 그들에게 유리했다.
송태조 조광윤의 토지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상호(上戶)는 나라가 재산을 지켜주고 있는 만큼 나라에 전란이 발생하거나 침략을 당하게 되면 나라가 필요한 경비를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
조광윤은 이와 같이 현명하고 앞을 내다보는 식견을 갖고 나라를 다스리고 재정을 관리해 나갔다.

 

이는 이미 천년 전 농업을 위주로 하는 단순한 산업구조의 경제시대에 중국에서 나타났던 사회현상이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분배 및 빈부구조와 빈부격차 비율과도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국세청도 송태조가 과세했던 기본원칙인 백성의 사정을 살피는 애민정신을 거울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 송태조 당시에는 부유층이 토지세를 탈세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세원(稅源)이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여러 자영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고소득자들이 성실신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탈세방지가 매우 중요하다. 단지 과세하기 쉽다는 이유로 유리병같이 투명한 샐러리맨들의 개인소득을 주요 세원으로 하는 과세정책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고재산 층의 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등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