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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75] 태동철 ‘또, 갔어’

주말이면 그 골방에 모여들던

고 씨, 장 씨, 이매 씨, 국 씨

 

일월 소나무에 단정학 내려앉듯

이월 매화 가지에 꾀꼬리 앉듯

 

모여들어 판 벌이고 인생 한 판 겨루더니

낙장 불입이 철칙인 양

한발 앞서 두 발 먼저 사라졌어

 

나는 이제 혼자야 홍싸리 껍데기야

난초 향이 진동한들

목단꽃이 화사한들

 

향기도 사라져 정적만 감돌아

코로나 역병 피하여

저승에 딴 방 차렸나 봐

 

고도 가고 판도 가고 짜장도 갔어

휘영청 맑은 달 속으로 가고 말았어

 

주말도 골방도 아닌 단풍나무 아래

나는 홀로 서서 뒤돌아보지만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허공에 정적만 감돌아

가을 하늘 새털구름 사이로 보고픈 얼굴 그려본다

 

- 태동철, 시 ‘또, 갔어’

 

이번 칼럼에서는 태동철 시인의 ‘또, 갔어’를 소개 하고자 한다. 태동철 시인과 필자는 좋은문학 동인지 출신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좋은문학 작가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시의 소재를 취하고 하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능력이 꽤나 돋보였던 문인이었다. 이번에 소개된 ‘또, 갔어’ 작품 역시 일상생활 속 즐겨하는 화투놀이를 소재로 취한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 시를 들여다보면, ‘주말이면 골방에 모여 화투놀이를 하던 고 씨, 장 씨, 이매 씨, 국 씨등이 한 발 앞서 두 발 먼저 사라졌다’는 구절이 돋보인다. 이는 현실을 떠나 이승으로 간 사람들을 풀이한 문장으로 보인다.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사라지더니 홍싸리를 잡고 있는 자신만이 남아 정적마저 감돈다는 것이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현실을 음율 있게 시로 승화해 풀어냈다.

 

이 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요즘 오미크론보다 전파속도가1.5배나 더 빠른 스텔스오미크론이 나와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한층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태 시인은 친구들이 한 분 두 분 저 세상으로 떠나다니 그 허전함과 쓸쓸함이 더욱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의 변종인 스텔스오미크론이 나와서 세상을 다시 한 번 긴장 시키고 있다. 아무쪼록 설 명절도 보냈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현재,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전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 코로나를 종결시킬 새로운 소식이 우리를 빨리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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