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우태훈의 詩談/72] 임길도 ‘물구나무서기’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만 흘렀다

세상이 뒤집히기 전에는

어디선가 뒤집히기 시작한 세상

가끔 땅을 짚고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강물은 거꾸로 하늘로 쏟아져 내리고

뒤얽힌 철로의 서울역 기차

거꾸로 매달려 제 행선지를 향해 질주한다

분당신도시 한복판 보기 드문 검둥이 한 마리

뒤집한 땅에 달라붙어 걷고 있다

멀리 작은 섬 해당화, 붉은 이슬마저

하늘로 떨어질세라 매달리고

갈매기도 하얀 배를 걷어올리고 날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세상은 뒤집히기 시작했고

이미 뒤집혀 미친 세상은

온통 땅을 짚고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 임길도, 시 ‘물구나무서기’

 

이번 칼럼에서는 2001년 문예사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에 등단한 임길도 시인의 시 ‘물구나무서기’다. 임 시인과 필자는 문학신문사 시창작반에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함께 활동했다. 19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임 시인의 작품 전반에는 문장으로부터 회화적인 이미지 색채가 느껴진다. 물구나무서기 작품은 2001년 11월17일 영천신문에 연재된 시로도 정평이 났다.

 

누구나 살면서 물구나무서기 한 두 번 안해본 사람은 없을 터다. 거꾸로 본 세상은 뒤집혀 보이고 전혀 다른 세상을 느낄 수도 있다. 임 시인은 “어디선가 세상은 뒤집히기 시작했고 이미 뒤집혀 미친 세상은 온통 땅을 짚고 물구나무서기를 한다”고 했다. 그림만큼 화려한 임 시인의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아내 김건희씨가 유튜브채널인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내용의 언론 보도와도 연관이 깊다. 해당 내용은 MBC 스트레이트에 보도됐다.

 

김건희씨의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김씨는 “(남편이) 총장 되고 대통령 후보 될 줄 꿈이나 상상했겠나”라며 “이건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거지 보수가 키워줬겠어. 보수는 자기네가 해먹고 싶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건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어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다.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것”이라고도 했다. 김씨의 통화 내용 보도가 공개되기 전 더불어민주당은 공개를 촉구했던 바다. 공개된 지금 집권당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 썩 긍정적이지는 못할 듯싶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세상이 새롭게 보인다는 말 역시 새삼 다시 바라보게 했다.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