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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34] 엘리엇 ‘황무지-죽은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넘어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서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덴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엘리엇 시 ‘황무지-죽은자의 매장’

 

이번 칼럼에서는 영어로 쓰인 ‘최초의 현대시’로 불리는 엘리엇 시인의 황무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888년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한 엘리엇 시인은 모더니스트 작가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모더니스트란 근대적인 감각을 나타내는 예술을 의미한다. 즉 엘리엇 시인의 작품들은 시인이 살던 당시를 예술로 만들어낸 산물로 볼 수도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황무지’도 그렇다.

 

엘리엇 시인은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깔고 황무지라는 시를 썼다. 제목에서 보이는 죽은 자의 매장은 종교적 행사의식이 돋보인다. 모든 것을 일으켜 세우는 4월 만물에는 소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죽은 듯이 보이는 나뭇가지에는 새롭게 푸른 잎들이 고개를 들기에는 잔인하다고 한다. 겨우네 죽은 듯이 보이는 동토에는 새로운 꽃잎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봄은 어느새 소낙비와도 같이 사라지고 갑작스런 여름이 오듯 말이다.

 

필자는 시인이 이 작품을 통해 언급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부분에 주목했다. 현재 미얀마 사태의 장기화와 연관이 깊은 대목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로 인해 수백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민주화의 쟁취는 길고도 험한 여정인 것 같다. 여기서 민주화 세력이 수그러든다면 미얀마는 군부정치의 종식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 투쟁으로 자유대한민국을 군부정치에서 구해낸 민주열사들의 고귀한 희생에도 숙연해진다.

 

4월이면 삼라만상이 생동하듯. 미얀마에서 잔인하게 민주주의가 죽은 민중의 정신 속에서 다시 한 번 민주의 꽃이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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