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베트남 총출동…‘생산기지’ 넘어 미래 거점 공략

시사1 장현순 기자 |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인도에 이어 베트남으로 이동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글로벌 세일즈에 속도를 낸다. 단순 생산기지였던 베트남을 연구개발(R&D)과 친환경 인프라 중심지로 격상시키겠다는 전략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인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해 현지 사업 확대와 신사업 기회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은 한국의 핵심 수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전체 수출의 8.85%를 차지하는 3대 수출국으로, 2015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VKFTA) 발효 당시 278억 달러였던 수출 규모는 10년 만에 628억 달러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베트남을 ‘생산기지’에서 ‘첨단 거점’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각 그룹은 제조를 넘어 R&D, 인재 양성,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현지 생산법인과 R&D센터를 점검하며 ‘삼성 혁신 캠퍼스’ 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하노이 R&D센터를 통해 소프트웨어 인력 확대와 ‘AI 기술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AI 인프라와 베트남의 제조 경쟁력을 연결하는 공급망 전략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주관한다. SK그룹은 빈그룹 등 현지 대기업과 협력해 LNG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투자에서 나아가 동남아 에너지 인프라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회장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조립 생산 체계와 전기차 전략을 점검한다.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합작법인을 통해 일본 업체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현지 기후에 맞춘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하이퐁 생산 클러스터를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가전·전장·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통합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와 칠러 사업을 중심으로 B2B 솔루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베트남의 위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과거 저임금 기반 조립기지에서 벗어나 AI, 친환경 에너지, 첨단 제조가 결합된 전략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질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