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외환시장 안정화의 해법으로 기관 간 공조 강화와 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단기적 환율 개입을 넘어 외환시장 자체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시장의 수급구조 평가와 정책과제’ 심포지엄은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학회, 외환시장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중장기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외환당국의 정책 대응 방식에 대해 “광범위한 환율 안정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산발적 조치에 그치지 않도록 기관 간 공조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 정책과 국내 금융 정책이 분리돼 운용되면서 외환 대응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강경훈 교수는 국민연금의 역할에 주목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헤지 정책과 외환거래 방식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생애주기에 따라 확대기와 회수기가 뚜렷한 특성을 가진다”며 “해외투자 확대기에는 환율 상승 압력이, 회수기에는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환헤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이 단순히 외환당국의 개입만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주요 시장 참여자의 거래 구조와 전략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경쟁시장으로서 외환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 투자자의 정책 방향 역시 중요한 변수라는 설명이다.
한편 디지털 자산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에 따른 제도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확대로 불법 외환거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외국환거래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외환시장과 자본 이동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은 만큼, 사전적인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통적인 외환시장 관리 체계가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외환시장 안정을 둘러싼 논의가 단기 환율 방어를 넘어, 정책 공조·기관 투자 전략·디지털 자산 대응이라는 구조적 과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환시장을 ‘관리 대상’이 아닌 ‘효율적인 경쟁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중장기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