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특별취재팀(윤여진·박은미·김아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이 구형되면서 사법적 책임을 둘러싼 판단이 중대 국면에 들어섰지만,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親尹) 정치’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특검 수사가 여권 핵심 인사들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에도, 당의 권력 지형과 기조에는 뚜렷한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선 여러 재판 가운데 첫 구형으로, 향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의 방향성을 가늠할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위를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훼손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엄중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풍경은 사법 절차의 무게감과는 다소 엇갈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음에도, 국민의힘 주류를 형성한 친윤계는 여전히 당내 요직을 지키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최근 양평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선교 의원은 양평군수 시절 김건희 일가의 개발 사업을 도왔다는 의혹과 함께, 국회의원 당선 이후에도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김선교 의원은 현재까지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진보당은 “김건희 국정농단의 뒷배를 자처한 인물”이라며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지만, 당 차원의 가시적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 수사는 당 지도부를 지낸 인사에게도 향하고 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 여사에게 선거 지원 대가로 명품 가방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근 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11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가방과 감사 편지, 당 대표실 관련 정황까지 확보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기현 전 대표 역시 당내에서 정치적 고립 상태에 놓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 구성에서도 친윤 기조는 선명하다. 올해 6월 출범한 송언석 원내대표 체제에서 유상범·김은혜 의원 등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밀접한 인사들이 원내 지도부 핵심에 배치된 실정이다. 이들 상당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를 지키거나 탄핵 반대 활동에 앞장섰던 인물들이다. 당 안팎에서는 “개혁보다는 결속을 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지도부 인선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 같은 흐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권영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시절 과거 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점을 들어 “실제 내란 행위가 없었기 때문 아니냐”고 언급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핵심 증인들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중형 구형과 야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구조와 정치적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정치적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윤석열 이후’를 둘러싼 보수 진영의 재편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지낸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법정의 판단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친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를 부인할 대안이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