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순간, 법정은 조용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번 구형은 전직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형량을 넘어, 권력과 법치의 경계선이 어디에 그어지는지를 묻는 장면이었다.
특검이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절차 위반이나 행정상 오류가 아니었다.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국무회의를 형식적으로 운영해 국무위원들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는 판단은 ‘권한의 남용’이 아닌 ‘헌정 질서의 훼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여기에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권력 행사 이후의 ‘은폐’ 문제까지 포함한다.
눈길을 끈 대목은 특검의 어조였다. 박억수 특검보는 피고인이 사과나 반성 대신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하급자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정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예외는 없다”는 경고처럼 들렸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는 특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번 구형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선 비상계엄 관련 재판 가운데 첫 구형이라는 점이다. 아직 본류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남아 있지만, 이번 재판은 그 예고편에 가깝다. 법원이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권력자의 행위를 어디까지 책임 묻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는 장면은 낯설지만, 동시에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는 반복돼 온 장면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재판이 갖는 무게는 다르다. 계엄이라는 단어, 그리고 헌법 질서라는 가치가 다시 법정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이 재판은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넘어선다. 권력의 끝자락에서 법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는 어떤 대가를 치르며 지켜지는지를 묻고 있다. 판결은 아직 남아 있지만, 질문은 이미 던져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