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종원이 겨눈 ‘급식판’, 신세계푸드는 ‘가시방석’

시사1 장현순 기자 | 최근 유통업계의 시선은 더본코리아가 특허청에 출원한 한 장의 상표권, ‘TBK 푸드서비스’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B2B 브랜드 TBK(The Born Korea)를 앞세워 단체급식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미 군 급식 개선 사업 등에서 ‘백종원 식 레시피’의 위력을 증명해 온 터라, 업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이번 행보가 가장 뼈아프게 다가올 곳은 신세계푸드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40년 가까이 공들여온 단체급식 사업부 매각(약 1200억원 규모)을 결정하며, 프랜차이즈(노브랜드 버거 등)와 식자재 B2B 유통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세계푸드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식자재 B2B’와 ‘메뉴 컨설팅’ 영역에서 더본코리아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더본코리아의 무기는 명확하다. ‘맛의 표준화’와 ‘운영 효율성’이다. TBK 브랜드로 선보이는 소스 11종은 조리 전문 인력이 부족한 급식 현장에서 인건비를 낮추면서도 대중적인 맛을 보장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이는 신세계푸드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R&D 역량 및 소스 제조 인프라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기존 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등 ‘빅5’가 80%를 점유한 견고한 성벽이었다. 그러나 ‘가성비’와 ‘대중성’으로 무장한 백종원 대표의 브랜드 파워가 기업 급식이나 군 급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파고들 경우, 고객사(수주처)들의 선택지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신세계푸드는 급식 사업을 떼어내며 확보한 실탄을 K-뷰티나 글로벌 유통에 쏟겠다는 전략이지만, 본업인 ‘식(食)’의 B2B 시장에서 더본코리아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체질 개선의 성과는 퇴색될 수 있다.

 

더본코리아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급식 시장은 그 목표를 위한 거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급식판 백종원’의 등장이 신세계푸드에게 단순한 경쟁자 출현일지, 아니면 사업 전략 자체를 뒤흔들 위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