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동훈의 불복 승부수…‘론스타 74억 환수’로 결실

시사1 박은미 기자 | 13년을 끌어온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 간의 질긴 악연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가 지난 17일, 론스타 측으로부터 소송비용 74억7546만원을 전액 환수했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우리 정부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회수한 소송비용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성공적인 마무리 뒤에는 늘 그 시작을 결정한 인물이 소환되기 마련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유독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3년 전 그가 내린 ‘무모해 보였던 결단’ 때문이다.

 

시간을 2022년 8월로 돌려보자. 당시 ISDS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에 약 2800억원(이자 포함 약 40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청구 금액인 6조원에 비하면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당시 한동훈 장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판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단 한 푼의 국민 혈세도 론스타에 줄 수 없다”며 불복(취소 신청)을 선언했다.

 

당시 분위기는 냉소적이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취소 신청 인용률이 1%대에 불과한데 괜한 소송비용만 날리는 것 아니냐” “정치적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패소할 경우 가산될 막대한 지연 이자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되며 그는 사면초가에 몰린 듯 보였다.

 

하지만 한동훈 전 장관은 단순히 ‘기 싸움’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법무부 내에 ‘국제법무국’을 신설해 국제 소송 대응 체계를 전문화했고, 판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끝까지 파고들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지난달 취소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배상금 0원 확정과 함께 소송비용까지 론스타가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74억 원의 환수는 단순한 금전적 이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제 무대에서 ‘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겠다’는 주권 국가의 의지가 실질적인 결과로 증명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방을 떠나 이번 사건은 공직자의 책임 있는 결단이 국가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당시의 고집이 ‘오기’가 아닌 ‘확신’이었음을, 론스타가 송금한 74억원의 입금 통장이 증명하고 있다.

 

이제 공은 넘겨받은 자들의 몫이다. 이번 승소가 일회성 행운이 되지 않도록,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이 남겨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