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요한의 사퇴’가 남긴 질문

시사1 박은미 기자 | 정치권에서 누군가가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은 늘 상징을 동반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의 전격 사퇴 역시 그랬다. 그는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스스로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결단이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정치권이 말하는 ‘희생적 이벤트’로 머무를지, 아니면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요한 의원의 사퇴 직후 여권 내부에서는 “선비의 기개”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의 가문사까지 거론하며 의미를 덧씌우는 장면은 익숙하지만, 동시에 씁쓸함을 남긴다. 정작 변화가 필요하다고 손가락질받는 핵심 당내 인사들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인요한의 사퇴는 ‘한 사람의 감동적인 헌신’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권의 책임은 결국 구조의 문제와 연결된다. 극심한 정쟁과 국정 불신을 불러온 과정에서 누가 중심에 있었고, 지금 그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국민이 던지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 건 떠난 인요한이 아니라 남은 정치권이다. 사퇴하지 않은 자들의 책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인요한 의원의 존재는 여당에서 상징적이었다. 호남 출신 특별귀화자라는 특수성, 보수 진영에 드문 ‘다름의 상징’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그의 퇴장은 한국 정치가 포용과 변화의 기회를 또 한 번 흘려보냈다는 뼈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정치는 ‘누가 떠났는가’보다 ‘누가 남아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인요한의 결단이 진짜 변화를 촉발하지 못한다면, 그의 퇴장은 결국 정치권이 자주 만드는 이벤트 목록에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박수가 아니라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