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공화국은 시민들이 충분히 정보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만 건강하고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단순히 정당, 이름, 인지도 같은 겉모습만 보고 투표해선 안 된다."
미국 민주당을 탈당해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긴 털시 개버드(Tulsi Gabbard) 전 민주당 미연방 하원의원이 쓰고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옥중에서 번역한 <민주당을 떠나며, For Love of Country(원제)>(2025년 9월, 메디치미디어)에 한 구절이다.
이 책은 주로 민주당 엘리트들을 비판한 책이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 또한 자국 내 현안에 대해 민주당과 싸우는 척 하지만 대외전략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로 움직이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실제 누가 미국을 운영하고 지배하고 있을까. 저자는 단연 소수의 정당 엘리트, 관료, 군산복합체, 주류 언론과 빅테크라는 워싱턴 기득권 세력들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책을 번역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서문을 통해 밝힌 말이다.
"러시아, 시리아, 리비아, 이란, 북한 등에 대한 정권 교체 시도와 신냉전 논리는 결국 끊임없는 전쟁 준비와 군사적 긴장을 부추기며, 이는 군사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워싱턴 기득권 정치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진보와 정의’의 상징이었던 미국 민주당은 과거의 정체성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전쟁을 유발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정치적 올바름’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인종과 정체성 문제로 몰아가며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털시 개버드는 민주당 엘리트 그룹이 형사 사법 시스템을 활용해 공화당 대선 후보를 기소하고 선거기간 내 후보자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있음도 지적한다. 당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의, 미 대선에서의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였다.
"트럼프는 총 91건의 기소에 직면해 있는데, 이 중 44건은 연방 차원의 혐의이고, 47건은 주차원의 혐의로 모두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들은 어떤 혐의든 하나라도 유죄 판결을 얻어내 트럼프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고, 그토록 두려워하는 트럼프 2기 정부 출현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이를 보며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당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벌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법 집행기관, 형사 사법제도, 국가 안보 기구까지 동원해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억누르려고 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털시 개버드는 이렇게 외친다.
"만약 우리 국민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형사 사법 시스템을 정적 제거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을 외면한 채, 우리 대신 후보를 선택해주는 이들의 횡포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것은 앞으로의 모든 선거와 모든 정권에 약영향을 미치는 선례가 될 것이며,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향할 것이다. 이 나라를 파괴하려는 이들에게 이 나라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지 않은 한, 혼돈은 더욱 깊어지고 커져 만 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그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미국인으로서 서로 존중하는 미래, 비록 의견이 다를지라도 그 차이를 넘어 함께할 수 있는 미래, 이것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꿈꾸게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과 무관하게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미국인의 핵심 권리이다.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표현의 자유가 박탈되는 순간 결국 누구든 그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는 생동하는 시장, 곧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이라고 믿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상관없이 그들은 헌법을 준수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켜주는 수호자가 될 것을 결의했다." - 본문 중에서
또한 그는 어떤 주장을 검열하는 것보다 논리와 토론으로 무찌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더 많은 발언은 공적 영역에서 허약한 논리를 꺾고, 더 나은 논리에 동의하게 만들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개방된 사상의 시장을 중시하는 것이 건강한 민주사회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는 핵심 가치를 가졌다.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미국인의 권리이며 헌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이다. 하지만 민주당 엘리트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위기와 비상 상황, 심지어 전쟁까지 이용하거나 조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건국의 아버지들은 조국을 사람의 나라가 아닌 법의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정부 기관과 제도, 법 집행은 정당을 초월한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당 엘리트는 FBI, 법무부, 국토안보부, 국세청, 에너지부 등 정부 기관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괴롭히며 위협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를 철저히 무너뜨리고 우리의 민주주의 자체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즉 사법제도의 핵심 원칙인 ‘모든 사람은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털시 개버드는 지난 2019년 10월, 민주당 미국 대통령 경선 후보로 출마했다. 같은 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팟캐스트에 출연해 ‘러시아의 자산, 러시아가 키우는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그의 거짓말을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해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믿었다고.
"언론은 증거나 사실 확인 없이 이 거짓말을 반복해 보도했다. 거짓말은 반복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이외에도 책은 인종차별, 이민 문제, 권력자가 결정한 진실, 위협 받는 가정 등의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주로 민주당 엘리트 등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을 비판한 글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외교정책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나 할까.
저자 털시 개버드는 현재 트럼프 정부 2기에서 FBI, CIA, NSA 등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인 2024년 4월 30일 출간됐고, 이 기준으로 미국 정치의 부정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도층과 워싱턴 정가의 오랜 네트워크 인사들의 정책과 발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녀는 1981년 미국 하와이에서 출생해 21세 때 주의원 당선됐고, 이후 군에 자원 입대해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에서 배치돼 근무했다. 워싱턴 정치를 바꾸기 위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8년 간 봉사했다. 한 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신냉전 반대, 외국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 개입 반대 등 민주당 주류세력과 배치되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2021년 미 연방하원에 당선됨으로 인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전투 참전 용사 의원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2015년 인천광역시장 시절부터 저자(당시 미 하원의원)와 하와이 등에서 소통을 했던,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구속되기 전 읽었던 책을, 옥중에서 세 차례 정독했고 더 많은 사람이 읽도록 번역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감옥 독방에서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원고와 씨름을 했다. 그는 "번역은 단순 언어의 옮김이 아니라, 저자가 건네는 성찰과 신념을 우리 현실 속에서 다시 되새기는 과정이었다"고 서문을 통해 전했다.
한편 이 책을 번역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지난 9월 1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노무현센터에서 첫 북콘서트가 열었고, 이때 이재명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 이후 9월 27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두 번째 북콘서트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