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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황인철 인권변호사 30주기, 기림비 제막

10일 대전 유성규 세종 생가터 기림비 제막식

70~80년대 대표적 인권변호사인 고(故) 황인철 변호사의 기림비가, 30년 만에 고향 대전 생가 터에 세워졌다.

 

고(故) 황인철 변호사(1940.1.24~1993.1.20)를 기리기 위해 문학과지성사 등 주최로 1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대전광역시 유성구 세동로 510번길 3(새동 702) 번지에, 기림비 제막식을 했다.

 

고인은 53세 때인 93년 1월 20일 직장암으로 세상을 등졌고, 만(滿) 30주기를 넘긴 약 4개월 후에야 비로소 기림비가 세워졌다.

 

이날 고인의 오랜 친구인 김병익(문학평론가) ‘문학과지성사’ 초대 대표는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그가 남긴 공은 오히려 더 깊이 있게 우리를 감싸고 있다”며 “그의 생각과 말은 앞날을 향해 살아 움직이며 맑은 눈, 바른 몸, 밝은 정신으로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고인의 막내아들 황준하 씨는 "기림비가 세워진 바로 이 자리가 아버지의 생가였던 초가집 자리"라며 "아버지는 앞에 나서서 이름 세우는 일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셨기 때문에, 기림비 제막식을 준비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따뜻한 말씀으로 도와주셨다,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제막식을 진행한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발하는 서적들과 참다운 삶의 형상을 그리는 문학 작품들을 지속해서 발간해왔던 문학과지성사가 창사 50주년을 2년 앞두고 있다”며 “그 뜻을 처음부터 함께 했던 고 황인철 변호사 30주기를 그냥 넘기기 어려워 기림비 제막식을 준비했다"고 행사 취지를 전했다.

 

고인은 한창 젊은 나이에 민청학련 사건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등의 피해자들을 변론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1960년대부터 인권변론이라는 길을 개척한 고 한승헌(1934.9.29∼2022.4.22) 변호사의 뒤를 이어 보도지침사건, 부천서 성고문사건, 박종철 손해배상청구소송, 학림사건 등 각종 시국 사건을 거의 도맡아 변론한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은 ‘문학과지성사’ 창간, ‘천주교인권위원회’ 창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 자폐아(自閉兒)들을 위한 ‘계명복지회’ 설립 등을 주도했고, ‘한겨레’ 초대 감사,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초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1990년 초 세 차례에 걸쳐 직장암 수술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끝까지 시국사건의 피해자들을 변론하기도 했었다.

 

또한 고인은 70~80년대 이돈명(1922.8.22∼2011.1.11), 조준희(1938.3.30∼2015.11.18), 홍성우(1938.7.4 ∼2022.3.16) 등과 함께 젊은 인권변호사 4인방 중 1인이었다.

 

고인의 기림비 제막식에서 김태환(문학평론가) 서울대 독문과 교수가 고 황인철 변호사의 약력을 소개했고, 문학과지성사 초대 대표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인사말을, 김용직 변호사가 추모사를,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가 제막식 진행을, 고인의 배우자 최영희-아들 황준하-동생 황인기씨 등의 유족을 대표해 아들 황준하 씨가 유족 인사를 했다.

 

특히 이날 기림비 제막식에는 함세웅 신부, 이석태 전 헌법재판관, 김영희 한겨레신문 편집인, 고 이태복 보건복지부장관 부인 심복자 ‘인간의 대지’ 상임이사, 장영달 민청학련 동지회 상임이사, 유인태 전 국회의원, 송운학 개혁연대민생행동 상임대표 등 민청학련동지회 회원, 학림사건 피해자, 고인의 모교인 대전고와 서울대 동문 등도 참석해 인권보호와 민생보장 등을 염원했던 고인의 유지(遺志) 계승을 다짐하며 헌화했다.

 

제막식 행사는 문학과지성사, 계명헌, 한국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겨레 등이 후원했다.

 

한편 고 황인철 변호사가 지난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심리할 때, 용산 국방부 대강당에서 급조한 비상 군법회의 재판정에서 밝힌 말이다.

 

"나는 피고인의 무죄를 확신한다. 그러나 그에게 유죄 판결이 떨어지리라는 것도 의심치 않는다. 변호인의 입에서 이런 말이 토로될 지경에 이르면, 도대체 이 재판의 의미는 무엇인가?"

 

생전 고 김수환 추기경이, 고 황인철 변호사에 대한 추모사이다.

 

"황인철 변호사의 그리 길지 않은 삶은 사랑과 정의를 증거하는 여정이었다. 그분에게 있어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분의 인간사랑은 불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까지 사랑으로 감싸 안을 만큼 진실 되고 모범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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