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예쁜 배우가 아니라 연기를 잘해서 예뻐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난 11일 오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19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축하 공연을 해 감동의 무대를 연출한 탤런트 겸 배우 고용화(50)의 말이다.
이날 그는 가수 출신이 아닌 배우로서 미스코리아들과 함께 뮤지컬형식으로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를 불렀다. 관객들이 눈물을 보이는 등 최고의 축하무대로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미스코리아 진·선·미 등 7명을 선출하는 바로 앞이어서 그의 무대가 돋보였다.
배우 고용화는 1992년 MBC 공채 21기 탤런트로 입사를 했다. 92년 MBC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당시 톱스타 탤런트 김희애(후남)의 친구역할로 첫 데뷔를 했다. 이후 MBC드라마 <육남매>, <주몽>, <대장금>, <5공화국>, <허준> 등에 출연했다. KBS 드라마 <황금빛 내인생>, SBS드라마 <메디컬센터>, <모델>와 tvN 드라마 <하이에나>, <진추화가 돌아왔다> EBS 드라마 <감성시대>, <피아노> 그리고 연극 <쥐덫>, <정거장>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에 출연했다.
지난 16일 오후 배우 고용화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주변 한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특히 그는 요즘 연기 연습, 드라마 출연, 봉사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먼저 그는 자연스레 지난 11일 경희대에서 열린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서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특별한 축하무대를 연출했던 얘기부터 꺼냈다.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죽어라 연습을 했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엄마가 딸에게’는 ‘엄마가 너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주길 바란다’라는 의미를 담은 노래이다. 미스코리아들의 엄마를 대표해 ‘엄마 역할’로 공연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 형식으로 출전한 미스코리아 후보들과 콜라보로 함께 했다. 중간 간주부분에서 영상으로 엄마들의 인터뷰가 나오고, 후반부에는 미스코리아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영상은 엄마가 딸에게 하고 싶은 얘기, 딸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얘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 가사와 영상이 가미되면서 감동의 무대가 됐다. 미스코리아 엄마 등 관객들이 감동을 받아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실제 무대에서 출전한 미스코리아의 엄마들을 대신해, 꾸미지 않고 깨끗하고 순수한 목소리를 진실하게 노래를 불러 감동을 더했다. 그에게 의미가 있었던 특별한 축하무대였다고나 할까.
“32명의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자와 함께 꾸미는 축하무대에서 보람을 느꼈다. 순수하고 깨끗한 목소리로 일반인 엄마 느낌을 더 감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했다. 특히 실제 무대에서는 노래 중간 간주에서 엄마들의 사랑의 응원메시지가 나오자, 미스코리아들의 눈이 촉촉해졌고 노래 후반부 영상에서 미스코리아들이 엄마에게 마음을 전하는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배우 고용화는 실제 어린 시절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것이다.
“어릴 때 꿈이 미스코리아였다. 이렇게 엄마 역할로 미스코리아대회 무대에 설 수 있어 늦게나마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준비할 때 미스코리아들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이들이 정말 딸처럼 느껴졌다. 본선에 출전했던 미스코리아 32명, 모두의 앞날을 응원한다.”
화제를 돌려 배우로서 근황이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 SBS 한 메디컬드라마에서 환자의 엄마 역할로 출연해 녹화를 마쳤다고도 했다.
“지난 19일 부터 방영했던 SBS 메디컬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 환자(기석) 아들을 둔 절절한 모성애를 연기하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계속 환자(주인공)들이 바뀌는데, 저는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5회 방송분부터 환자 어머니로 출연한다. 가슴 아픈 모정을 연기했다. 제 아들이 많이 아팠던 일들을 생각하며 몰입해 연기를 했다.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이어 불치병을 앓았던 어린 아이(아들)와 투병생활을 함께 한 가슴 아픈 가족의 사연도 전해줬다.
“30대 후반까지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해 일을 했다. 이후 5살 된 아이(아들)가 많이 아파,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10년 정도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다. 아이가 많이 좋아져 지난 5년 전부터 다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배우로서 그가 연기에, 다시 몰입할 수 있었던 계기는 뭐였을까.
“사실 어릴 시절, 그냥 재미있을 것 같고 주변에서 해보라고 해 연기를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열심히 했다. 재미있게 연기를 했다. 하지만 당시 왜 꼭 연기를 하고 싶은지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아이가 많이 아파 아무 생각도 못하고 삶이 괴로울 때였다. 아이와 시골에서 요양을 하다가 추워 서울에 올라왔는데, 우연히 밥을 먹으며, 배우 소지섭이 출연한 2004년 KBS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재방송을 보게 됐다.
당시 아이가 아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집중조차 할 수 없을 때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드라마를 집중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엔 내 자신도 모르게 불행하다는 것을 잊게 됐다. 계속 다음 회를 보면서 또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 지금도 배우 소지섭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제가 너무 힘들 때 저를 잠시나마 고통을 잊게 해줄 수 있는 배우였다. 이처럼 얼마나 연기를 잘해야 누군가의 고통을 잊게 해줄까요.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무척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로서 인생작을 만들고 싶다.”
그가 말한 배우로서 인생작의 의미가 궁금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해 멋지고 감동적인,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저만의 인생작을 만들고 싶다.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널리 기억될 수 있는, 꼭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연기 잘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깊이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인생작을 남기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감동적 연기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출연한 배역을 맡아 감동코드를 선사하고 싶다. 전체 인생에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10년 이내 인생목표가 있다. 빛나는 50대가 되자이다. 제가 70년생이니 50살이다. 10년 동안 빛나는 50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실제 아픈 자식을 둔 엄마로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봉사활동이 보람이 있었고, 흐뭇하다고도 했다.
“아이가 아픈 경험이 있는 배우로서 연예인 봉사단에서 단장을 맡아 활동도 하고 있다. 바로 ‘미디어 헌터 탤런트봉사단’이다. 현재는 종로3가 탑골공원 주변 원각사에서 노인무료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1년 365일 노인, 노숙자 분들을 대상으로 급식 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한 달에 한번 날을 잡아 3년째 배식, 청소, 설거지, 뒷정리 등의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이어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예전 20대부터 봉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봉사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방법도 모르고, 어디에 혼자가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였는데, 한 목사가 주도한 밥퍼 봉사단을 보면서, 사람이 사람한테 먹는 것을 주는 것이 참 좋은 일이고,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회가 오지 않았다. 탤런트 소통 모임인 미디어 헌터에서 연기연습 등 공부를 하던 중, 급식봉사기금 마련 농산물 판매가 있어 참여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탤런트 봉사모임으로 확대돼 단장까지 맡게 됐다. 봉사를 하면서 다양한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되기도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은 수많은 모래알 중 보석을 발견하는 것과 진배없다.”
노인급식봉사 활동을 하면서 슬픈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한 끼 급식이 식사의 전부인 노인이 왔다. 음식을 수북이 달라고 해 밥이며 반찬이며 많이 드렸다. 그런데 먹고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간 것을 보니 눈물이 났다. 명절에 한 노인이 먹고 남은 한과나 떡을 몰래 호주머니에 넣어 가는 모습도 마음을 슬프게 했다.”
배우 고용화는 현재 MBC극회운영위원, 미디어헌터 탤런트봉사단 단장,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강사,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홍보대사, 홍성한우 홍보대사, 시사1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소속 연기자로, 2016년 협회 방송직무교육 수료 후 연기자모임인 미디어헌터를 만드는데 참여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2017년 7월부터 종로3가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서 매월 하루를 정해 동료 연기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