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이 군사를 일으켜 남하해 송나라를 공격하고 있을 때 이중진은 비밀리에 그의 심복 적수순(翟守珣)을 이균에게 보내어 남북에서 송나라를 협공하려 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적수순은 조광윤의 재능과 위력에 대해 탄복해 마지않는 사람이었다.
이중진이 반란군 이균과 연락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했지만 감히 간언을 못한 그는 노주로 가지 않고 곧바로 경성으로 갔다. 그는 추밀승지로 있는 친구 이처운(李處耘)을 찾아가 황제를 알현케 해 달라고 청했다. 비밀리에 적수순을 만난 조광윤은 이중진이 이균과 연락을 하려는 상세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송태조 조광윤이 말했다.
「나는 이균을 칠 생각이지 이중진은 건드리고 싶지 않네.」
이에 적수순이 말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중진이 이균과 연락하는 것은 역시 출병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조광윤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앞뒤가 차단될 거요. 만일 내가 이중진에게 철권(鐵券)을 준다면 그가 나를 믿어주겠소?」
적수순이 말했다.
「이중진은 풍부한 경력에 맞지 않게 일을 졸속하게 처리하고 또한 완고하기 때문에 귀순할 마음이 전혀 없을 것입니다.」
조광윤은 크게 실망했다.
「종신토록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징표인 철권도 이중진에게는 가치가 없으니 부득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구려!」
송태조 조광윤은 적수순에게 중요한 임무를 주었다. 양주에 돌아가서 이중진을 설득해 송나라를 치려는 계획을 뒤로 미루게 하여 두 반란군의 협공국면이 형성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하여 송나라는 병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을 집중 공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적수순에게 상금을 내렸다. 적수순은 과연 조광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양주로 돌아와 이중진을 만난 그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이균은 자신의 세력이 강하다고 믿고 이미 북한과의 연맹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우리와도 연합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본래 이균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이중진은 그의 말을 듣고 이균과 연합하지 않기로 했다. 적수순이 기회를 보다가 또 입을 열었다.
「우리는 힘을 키워야 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급하고 경솔하게 행동을 취하다가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두 호랑이가 싸우다가 누가 이기든 다 원기를 크게 상할 것입니다. 그때 가서 다시 군사를 일으키면 쉽게 성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중진은 잠시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힘을 비축하면서 ‘호랑이싸움’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송나라를 공격할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