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태리 로마에서 회화 공부를 한 최영실 화백이 ‘바람’을 주제로 15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8월 17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일조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최영실 화백의 ‘바람이 쓴 시(La poesia che ha scritto il vento)’전은 바람과 시와 자연을 느끼게 한다.
‘가슴앓이’라는 필명의 블로거는 그의 작품을 보고 바람이 뺨을 스치는 소리,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 이른 봄 꽃내음을 담은 명주바람 소리, 가을 단풍의 스산함을 담은 갈바람 소리 등으로 표현했다.
‘가슴앓이’는 최 화백을 향해 누구에게 보이고자, 좋은 평판을 얻고자, 개인의 명성을 높이고자 온갖 기교와 화려함을 뽐낸 작가가 아니라며, 고뇌와 삶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일 오후 5시 전시장에서 열린 축하 리셉션에서 축사를 한 강선자 일조원 갤러리 원장은 “최 작가의 작품들은 사물의 정확한 형태의 재현이 아닌 기억 속에 스치는 찰나의 순간 바람의 움직임 그리고 감정을 자유로운 붓의 터치로 표현한 것 같다”며 “그림을 보는 순간 시원한 바람을 마주한 듯하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한 최영실 화백은 “지난 5월 이태리 전시를 끝내고,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 이번 전시를 갖게 됐다”며 “이번 작품들은 어떻게 그리고 싶어서 그린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려왔던 생활로서의 작품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을 쓴 시’ 작품에서도 바람은 언제나 불고 있다"며 "하지만 나뭇잎이 움직이지 않으면 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순간에 머물러있을 때는 바람은 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바람은 한순간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런 느낌들을 작품에 담았고, 인생살이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임기연 액자작가는 “작품들이 화려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는 느낌이 든다”며 “작품 속에 뭔가 강하게 스친 느낌들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이 스치는 듯한 작품에 소프라노와 기타오케스트라 공연까지 곁들어져 느낌이 좋았다"며 "오랜 만에 좋은 작품과의 소통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영실 화백의 작업노트이다.
“나를 들뜨게 했던
그들의 꿈들이 아직도 내게 남아 이렇게 달리고 있네
오늘도 꿈속이다. 되돌아가려고 해도
나는 또 달리는 기차위에 있다. 바람과 풍경이 달려든다.
나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되돌아 달린다.
떠나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는 그곳에 항상 멈춘다.
언제나 지나치는 것 같지만 언제나 제자리인지도 모른다.
나의 꿈속이여 지금이다.”
1일 오후 5시 최영실 화백의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이태영 꼰벤뚜알 프란체스코 양평수도원 원장, 이수미 가회갤러리 대표, 펠리스박 독일 아티스트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리셉션에서는 코리아기타오케스트라, 소프라노 류은선씨 등의 공연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최영실 화백은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로마국립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15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내외 아트페어와 다수의 그룹전에 작품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