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2년 40세 나이로 처음 유럽을 여행하게 된 도스토예스키는 ‘러시아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국경을 넘은 순간 ‘유럽으로서의 러시아’란 명제를 깊이 회의하게 됐고,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러시아를 두고 ‘불가사의의 미스터리에 싸인 수수께끼’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특히 19세기 시인 튯체프는 ‘러사아는 유럽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는 국토의 2/3이가 아시아이면서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현대의 유럽 러시아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최근 영국의 러시아 정치 경제 전문가인 에드윈 베이컨 런던대 버그백칼리지 비교정치학 부교수가 쓴 <현대 러시아의 이해>(명인문화사, 2015년 2월)는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 현대 정체 불명의 러시아의 윤곽을 실제적 정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사실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단순한 사실들의 외피에 감추어진 수수께끼의 실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러시아에 관한 뿌리 깊은 일반론이나 편견, 러시아 내부적으로 자생한 가치체계와 상상의 속설과 같은 ‘단순하지 않은 사실들’을 현재 사회현상으로서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너무 급변하고 있다. 20세기를 지배한 사회주의 혁명의 75년 역사가 또 하나의 불가사의였던 러시아는 페레스토이카 이후 불과 20년 남짓의 기간을 통해 거의 혼돈에 가까운 21세기형 자본주의의 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 문화나 정치, 역사 등을 소개한 책은 다수 존재하지만, 이 책은 최신 정보와 자료를 근거로 현대 러시아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나할까.
러시아하면 털모자와 보드카와 같은 상투적인 말을 연상하지만, 러시아를 좀 더 깊이 이해해 보면 서비스 종사자들이 60%에 해당하고, 농업인구는 4%에 불과하고, 1인당 GNP가 2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현재 러시아 인구의 절반이상이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러시아의 평균 기대 수명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70세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사회주의 소련이나 페레스트로이카 직후의 기억에 머물러 있던 독자들 모두에게 신선한 충으로 다가올 것으로보인다. 특히 이 책은 2012년 푸틴이 다시 대통령직으로 돌아 온 것이나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 그리고 최근 러시아 인구 감소 등은 러시아에 대한 새롭고 수정된 해석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러시아는 지난 100년간 역사상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충격적인 사건들을 견디어 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겪은 엄청난 손실, 혁명, 내전, 기근,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계급전쟁, 공포정치, 초강대국의 몰락, 지역적 갈등 등 자국 내의 테러리즘이 있었다.
동시에 이러한 어려움을 겼으면서도 러시아는 대단한 힘과 명성, 인간의 지성과 정신력의 성취 그리고 국가를 결속하는 유대감을 보여줬다. 현재 러시아는 지금도 핵 강국이며 우주개발에 있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기도 한다.
<현대 러시아의 이해>는 러시아의 역사, 영토와 민족, 사회구조와 사회정책, 정치와 정부, 경제, 권리와 자유 그리고 시민사회, 문화와 언론매체, 러시아와 세계 등의 주제로 구성했다.
저자 에드윈 베이컨은 런던대 버그백칼리지 비교정치학 부교수이며,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고문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