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대변혁 중심 '알자지라' 효과 무엇일까

[서평] 필립 세이브 교수의 <알자지라 효과 > 눈길

 

 

 

 22개 국가 중 카타르만 제외하고 시위나 정치개혁요구가 발생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민주화 물결이 이집트, 리비아, 예멘, 시리아, 알제리, 바레인, 모로코. 팔레스타인, 요르단, 수단 등에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랍권 국가의 시민혁명 파도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최근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서구의 공포문화와 아랍세계의 치욕문화를 철저히 파헤치며,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분석한 책 <알자지라 효과>를 읽었다. 그리고 뉴미디어 효과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알리고 싶어 이 책을 소개하려 한다.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필립 세이브 언론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알자지라 효과>(명인출판사, 2011년 7월)는 글로벌 미디어와 세계정치의 변화 그리고 중동 아랍권 국가의 대변혁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특히 아랍권 국가들의 시민혁명 과정에서의 뉴미디어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아랍권의 정치변화가 아랍의 정치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정치역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을 비롯해 전 세계 권위체제 하에 사는 억압받는 민중의 심리구조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랍권 국가들의 시민혁명은 1980년 말 베를린 장벽 붕괴로 상징되는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과 신권왕정 절대주의에 반기를 든 1789년 프랑스대혁명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랍 시민혁명도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억압 인식체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고, 도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랍권의 국민들은 5000년의 역사에서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가부정적 권위에 도전할 엄두를 못 내고 살아 왔다. 바로 아랍 시민혁명은 이런 전통과 심리구조에 일격을 가하고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처럼 아랍권 전역에서 심리적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랍 전역에 빠르게 확산됐던 인터넷, 위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통신기술발달로 등장한 뉴미디어들이 가부장적 권력에 도전하는 힘을 결집시켜 아랍시민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튀니지의 노점상 무함마드 부 아지지가 분신하는 모습이 뉴미디어 인터넷 휴대폰영상에 잡혀 불을 집혔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분신이 뉴미디어로 아랍전역에 확산되지 않았다면 과연 아랍시민혁명의 불씨가 되살아났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중동에서의 인터넷보급률이 30%이하였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바로 중동 내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알자지라방송이 아랍 시민혁명에서의 큰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다. 알자지라 그룹 여러 채널 중 알자지라 라이브(al-Jazeera Live) 카메라가 24시간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아랍국가 시청자들의 안방에 실시간으로 독재정권에 항거한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바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알자지라 효과’이다. 

뉴미디어는 국가와 시민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또 보다 많은 정보의 제공을 통해 적어도 지적차원에서는 큰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알자지라효과’라고 저자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알자지라, 인터넷 등 뉴미디어는 다양한 종류의 담론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접근이 쉽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광범위한 전파력을 가진 대중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곳으로 누구든지 사람을 설득하고 모집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런 장점이 민주주의 성장에 토대가 됐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와 진실이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사기와 속임수가 난무하는 공간이라는 것도 알아야 하고, 개인 은행 계좌를 노린 신용사기부터 사생활을 침해하는 ‘악의 소문’을 퍼뜨리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임박한 전쟁과 태풍의 위험을 알리는 데는 뉴미디어의 속도와 범위는 아주 유용하지만, 악성루머가 톱뉴스로 떴을 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알-카에다 등 과격세력의 발언들이 그대로 전달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저자는 피력하고 있다. 

<알자지라 효과>는 정치 그리고 미디어 트렌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정교하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 있는 책이다. 웹, 블로그, 위성TV 등 뉴미디어들을디테일하게 분석해 놓아 현시대 뉴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누리꾼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0쪽에 달하는 <알자지라 효과>는 ▲문명의 충돌을 넘어 ▲위성채널의 급증 ▲인터넷 범람 ▲가상국가의 부각(쿠르디스탄 등) ▲글로벌 커넥션, 글로벌 테러리즘 ▲민주주의를 위한 사이버 투쟁 ▲중동을 바꾸는 힘(알자지라 등)▲변화의 의미는 등으로 구성됐다. 

마지막으로 뉴미디어(언론)의 장단점과 독재체제의 아랍 민주화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장하고 싶다. 

저자 필립 세이브(Philip Seib)는 남가주대학 언론외교학 교수이다. 언론과 공공외교 관련한 많은 책을 저술했다. 옮긴이 서정민은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 아프리카학과 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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