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이하생략)
지난 2011년, 시나리오 작가였던 故최고은 씨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쪽지 한 장은 유서 아닌 유서가 되어버렸다. 최 씨처럼 지금도 많은 예술인이 꿈과 생계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에는 국내 예술인 13만 명 중 38%인 5만여 명 예술인이 거주하고 있지만 불규칙한 일자리, 낮은 소득,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지원사업 경쟁률 등으로 예술인 활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어 왔다.
서울시가 지난 1년간 예술인들과의 수차례 논의와 생활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끝에 예술인들이 생계로 인한 예술계 이탈‧단절 없이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주거‧창작 공간부터 일자리까지 종합 지원하는「서울예술인플랜」을 내놨다. 예술인에 대한 지자체 첫 종합지원계획이다.
예컨대, 경력위주의 기존 정부 예술인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신진 예술인들을 위한 ‘최초예술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창작지원금과 전문가 멘토링, 홍보마케팅, 작품발표기회 제공 등의 내용이다. 예술인들이 경력을 쌓아 지원 대상에 진입할 때까지 활동이 단절되지 않도록 사다리를 놓아주는 개념이다.
또, 공공예술해설사, 거리예술단 등 공공영역이 양질의 사회적 예술 일자리를 선도적으로 만든다. ’17~’20년 15,000개를 만들 계획으로, 시민 예술향유의 폭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인들이 대부분 비정규직‧프리랜서로 부당대우를 경험하고 있는 만큼 ’18년 시 공공기관부터 사업에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 해 예술인 노동권을 보장한다.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예술인 공공임대주택’도 현재 50호 공급을 완료한 데 이어 ’20년까지 충정로, 정릉 등 예술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1,000호를 추가 공급한다.
창작공간으로는 회현아파트와 동대문아파트 등 낡은 아파트를 철거 없이 ‘주거+창작’공간으로 재생해 낮은 월세로 장기 임대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현재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자리에 예술인 교류의 장이자 서울시내 창작공간들의 허브인 ‘예술청’도 ’20년 문을 연다.
서울시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5대 ‘희망(HOPES)’ 의제와 43개 지원사업(신규 30개, 기존 13개)을 ’20년까지 추진한다고 17일(수) 밝혔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그동안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예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열악한 현실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예술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걱정 없이 예술 활동에 몰입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문화도시 서울이 실현되고 시민들도 더욱 풍요로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서울예술인플랜」을 차질 없이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