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같은날 선고대에 오르는 김건희·권성동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1심 선고가 내달 28일로 예정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선고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선고가 함께 내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을 앞둔 이 일정은 단순한 우연을 넘어, 정치권과 권력 주변을 둘러싼 신뢰의 문제를 다시 묻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권성동 의원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 원을 구형하며,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 중대한 헌법 가치 훼손 행위”로 규정했다. 중진 국회의원이라는 지위,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무, 그리고 국민 신뢰라는 무게를 고려할 때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권성동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변호인 역시 특검 증거의 적법성과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방어에 나섰다. 이는 법정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쟁점이며, 최종 판단은 오롯이 사법부의 몫이다.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판결 결과와 별개로 정치권 전체가 마주해야 할 과제다.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현실에서,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권력의 거리 두기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사법 판단이 내려진 뒤에도 국민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 사건 역시 권력 주변의 도덕성과 책임 문제를 다시 강조한다. 정치와 권력의 핵심부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동시에 사법적 판단을 받는 상황은, 우리사회가 법 앞의 평등과 책임 정치라는 원칙을 얼마나 엄정하게 지켜낼지 가늠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