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개의 나라로 쪼개져 있다. 한쪽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보며 '영끌'의 절망에 빠져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빈집이 늘어나고 상권이 무너지는 지방의 소멸을 목도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 폭등과 지방의 폭락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는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난'이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의 연속이다. 특히 '공급 부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서울 및 수도권에 아파트를 더 짓는 것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 103% 수준(2023년 기준)에 달한다.
문제는 '절대적 공급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서울, 그것도 특정 지역에 대한 투기 수요의 비정상적 집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가 전체의 인구는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프라와 기회가 집중된 서울로의 '쏠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의 부동산은 '거주'의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는 명백한 시장 실패이며,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다.
왜 정책은 계속 실패하는가?
우리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공급), 조세 정책(세금), 금융 정책(대출 제한)이라는 세 개의 수단을 동원해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정책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작동하기는커녕,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금융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LTV, DSR 등 금융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이는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인 청년과 서민층의 사다리만 걷어차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이미 막대한 부를 축적한 소수의 가진 자들은 현금을 동원하거나 편법을 통해 규제를 손쉽게 우회하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자산을 불려 나갔다. 부동산 정책이 금융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조세 정책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보유'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높이지 못했다.
이처럼 단기적이고 분절된 정책 대응은 수도권 부동산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금융 상품'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투기 수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고, 이는 다시 부의 격차와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다.
'가치재'로서의 주택
우리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3대 요소다. 이 중 '주(住)'는 단순히 잠자는 공간을 넘어, '의'와 '식'을 해결하고, 가족이 형성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삶의 근간이다.
이러한 필수적 성격 때문에 주거는 의료, 교육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의 성격을 띤 '가치재(Merit Goods)'로 분류되어왔다. 가치재는 시장의 자유로운 공급에만 맡겨둘 경우, 가격 폭등이나 공급 부족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시장 실패'가 발생하기 쉽다. 지금 우리가 겪는 부동산 대란이 바로 그 증거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실패를 바로잡고 모든 국민이 적정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집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투기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4대 정책 제언
서울 부동산 폭등과 지방 소멸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편적인 규제나 공급 확대가 아닌 국가 차원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강력한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의 비금융화'를 추진해야 한다.
금융 정책은 현금 부자에게 무력하다. 답은 조세 정책에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실효 보유세율은 OECD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투기 억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 목적의 1주택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투기적 목적의 다주택 보유 및 단기 매매에 대해서는 징벌적 수준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보유세 세율을 국제 수준으로 과감히 높이되, 만약 이로 인한 조세저항에 부딪친다면 그 세수의 일부를 '토지배당'으로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러한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보유세 강화를 머뭇거리는 정치적 계산을 멈춰야 한다.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부동산이 더 이상 매력적인 투기 상품이 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기본주택’ 개념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공급은 민간 건설사에 이윤을 안겨주는 '분양' 위주였다. 이제는 국가가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특히 결혼 적령기인 청년 세대에게 ‘부모 세대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보장한다는 각오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해제까지도 불사하여 서울 도심 및 역세권 등 핵심 입지에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공급된 주택은 ‘장기간’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으로서, 주택 가격의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소득 불균형이 주거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고, 청년 세대가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돕는 가장 효과적인 복지 정책이다.
셋째,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국가균형발전의 강력한 실행이다.
서울 집값이 비싼 근본 이유는 모든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이전 수준을 넘어, 주요 대기업 본사, 핵심 연구시설, 명문 대학의 실질적인 지방 이전(혹은 분원 설치)을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지방에서도 서울과 같은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만 수도권으로 향하는 비정상적인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넷째, 부동산-조세-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부처 간의 엇박자와 칸막이는 정책 실패의 주범이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주거정책위원회(가칭)'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구를 설치하여, 부동산 관련 모든 정책이 하나의 철학과 목표 아래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고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표현처럼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어야 한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기본 토대로서 기능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극심한 양극화와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근본적인 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국립목포대학교 경제학과 고두갑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