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격전지 '백마고지'

30만발의 포탄이 사용됐고 24번 고지의 주인 바뀌어

 

 

시사1 나성주 인턴기자 | 오늘 제70회 현충일, 백마고지를 찾은 발걸음들은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수십 개의 태극기가 양옆으로 휘날리는 길을 따라, 비에 젖은 대지 위로 고요한 묵념이 흐르고 있었다.

 

백마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24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던 치열한 격전지로, 국군 제9사단 ‘백마부대’가 이름을 걸고 사수해낸 전적지다. 지금도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기억을 걷고, 그들의 시선은 희생을 마주한다.

 

기념비를 향해 나아가는 가족과 참배객들 사이로, 오늘 따라 더욱 선명하게 펄럭이는 태극기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이름 없이 쓰러져간 이들의 넋을 기리는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다짐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누군가는 노구를 이끌며, 또 다른 이는 혼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은 마치 하나의 민족 서사처럼 진중하고도 아름답다. 오늘 백마고지는 단지 전적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이며,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약속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