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5년 3월 6일 <조선일보> 해직기자들이 결성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 75년 3월 6일부터 25년 3월 6일)가 50주년을 맞았다.
6일은 <조선일보>가 기자 32명을 신문사에서 해직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 50년 동안 사과 한마디 없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서울라운지(외신기자클럽)에서는 조선투위 주최로 ‘결성 50주년 기념식 및 조선투위 50년사 출발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서 80대가 된 <조선일보> 해직기자들과 동아일보 해직기자(동아투위), 80년해직언론인, 언론노조, 민언련, 언론연대 등 각계 언론단체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여해 연대를 했다.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은 가념사를 통해 “오늘은 50년 전 우리의 결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 앞으로 후배들이 겪게될 또 다른 50년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비상계엄을 물리칠 만큼 우리 언론자유운동을 지원했던 민의는 성정했다”며 “이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뿌리를 뽑아버릴 시기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 언론노조연맹 위원장인 권영길 전 의원은 “50년의 조선투위 투쟁은 조선일보에 국한하는 투쟁이 아닌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이루는 한걸음 한걸음의 수련이었다”고 했다.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은 “선배들의 50년 투쟁의 역사가 후배언론인들이 불법 계엄에 맞설 용기를 줬다”며 “후배들도 더 분발해 자유언론 가치의 소중함을 더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조선투위 결성 때부터 연대를 해왔던 함세웅 신부,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조선일보 폐간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득우 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장 등도 조선투위 위원들의 50년의 투쟁 역사를 기리며 연대 발언을 했다.
기념식에서는 언론 후배들이 그동안의 노고를 기려 조선투위 위원들에게 헌정패를 전달했다.
기념식에 앞서 <조선일보> 해직자들과 관련 언론운동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다’라는 펼침막을 앞에 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은 “50년 전 정치권력과 야합한 언론권력에 의해 집단해고를 당했다”며 “저항 정신이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 젊음의 특징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그 정신은 젊은 후배들이 살아 있는 한 언젠간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50년 동안 조선투위는 독재권력에 빼앗긴 언론을 되찾고 그 언론을 바르게 세워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한국의 언론은 달라졌는가”라며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다루는 주요언론의 보도태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다루는 조선일보를 보면서 또다시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그 많은 지면을 동원해 노골적인 편파, 정파적 보도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나라를 파탄내고 있는 그의 반역행위마저 비호하고 있다”며 “조선일보는 보수언론이 아니라 극우언론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부정하는 언론, 내란을 비호하는 언론이 어떻게 ‘보수언론’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민주언론, 시민의 힘으로’를 슬로건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하고 있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984년 동아투위, 조선투위, 80년해직언론협의회 등 해직언론인들과 진보적 출판인들이 중심이 돼 창립했다. 지난해는 민언련 창립 40주년의 해였다.
민언련 언론운동의 뿌리가 바로 70~80년대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자유언론수호투쟁을 벌여온 해직언론인들이다. 그중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가 3월 6일 결성 50주년을 맞았다.
조선투위는 조선일보 창간 55주년 기념식 다음날인 1975년 3월 6일 결성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유신체제 옹호 보도를 비판한 백기범 기자와 신홍범 기자를 그 전해인 12월 18일 해임시켰고, 기자들이 항의농성을 하자 창간 기념일까지 복직시키겠다는 약속하곤 지키지 않았다.
유신정권을 등에 업은 <조선일보>는 오히려 인사조치에 항의하며 농성하는 기자들에게 무더기로 파면, 무기정직 조치를 잇따라 내렸다. 당시 조선일보가 파면한 기자는 모두 33명으로 편집국 기자의 3분의 1에 해당했다. 이후 해직된 조선일보 기자 31명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언론자유 운동의 맥을 이었다. 조선일보는 현재까지 관련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조선일보> 앞 기자회견문이다.
내란을 비호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50주년을 맞아
오늘로 조선투위가 결성된 지 50주년을 맞는다. 박탈당한 언론의 자유를 되찾아 올바른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는 기자들 32명을 조선일보가 신문사에서 추방한 것이 50년 전 3월 6일이었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조선일보는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로부터 50년 동안 조선투위는 독재권력에 빼앗긴 언론을 되찾고 그 언론을 바르게 세워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한국의 언론은 달라졌는가?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다루는 주요언론의 보도태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다루는 조선일보를 보면서 또다시 분노하고 있다.
언론을 한다는 신문사가 어떻게 내란을 비호할 수 있단 말인가? 법원도 대법원 행정처장도 적법하다고 밝힌 네 차례의 공수처 체포영장에 대해 계속 시비를 걸더니, 수사를 거부하는 윤석열을 조사하려고 강제구인하려는 공수처를 ‘막무가내 공수처‘라고 비난, 조롱했다. 최근엔 ‘정치권의 개입과 군사령관의 진술’로 내란이라는 프레임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를 계속 흔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이 우리의 헌정질서를 무참하게 파괴하는 내란을 저질렀다는 것이며, 윤석열이 끊임없이 거짓말과 궤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 사태의 모든 것이다.
윤석열의 내란은 나라를 50년 전의 끔찍한 독재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이었다. 망상에 사로잡힌 정신질환자가 아니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용기 있는 국민들의 결연한 저항과 국회의원들의 단호한 저지로 쿠데타를 막았기에 망정이지 그것이 실현됐다면 어쩔 뻔했는가? 민주주의와 인권은 사라져 버리고, 절대권력 앞에서 국민들은 자유를 잃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잡혀가 죽었을 것이고, 정당한 이유 없이 끌려가 감옥에 갔을 것이며, 언론을 박탈당한 채 암흑시대를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나라는 망국의 길을 가게 됐을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인데도 조선일보는 본질적인 문제는 깔아뭉갠 채 온갖 시비 거리를 동원하여 윤석열의 내란사태를 ‘내란이 아닌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윤석열과 그 측근들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쓰는 무책임한 보도로 윤석열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내란을 일으켜 나라를 파멸로 몰아넣은 윤석열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고, 밥먹듯이 하는 윤석열의 거짓말과 궤변의 정체를 드러내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범죄다.
윤석열의 내란 사태에 대해 한국의 주류언론들은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앞장선 것도 그들이었으며, 보도와 논평을 통해 그의 과오를 덮어주고 비호하여 내란을 책동할 수 있는 여론의 토양을 만들어준 것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그 많은 지면을 동원해 노골적인 편파, 정파적 보도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나라를 파탄내고 있는 그의 반역행위마저 비호하고 있다. 이런 신문을 어떻게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조선일보는 ‘보수언론’이 아니라 ‘극우언론’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부정하는 언론, 내란을 비호하는 언론이 어떻게 ‘보수언론’일 수 있는가?
오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세력의 광기도 언론과 관련돼 있다. 극우언론이 군사독재시대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우리 사회의 비판세력을 좌파, 빨갱이, 종북 친북 세력으로 모함하는 극우적 사고와 이데올로기를 지속적으로 퍼뜨리면서 증오를 조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런 행태는 오랜 동안 정치적 ‘극단주의’를 낳고 분열과 증오를 조장해 왔다. 요컨대 모든 극단주의는 ‘악’惡이다. 극우도, 극좌도 악이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잊으면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과거 박정희와 전두환의 계엄령이 어떻게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나라에 얼마나 끔찍한 참화를 가져왔는가를 잊지 않고 깨어 있었던들 내란 세력은 감히 계엄령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군사독재 시대의 언론을 청산하여 이를 정화하고 바로 세웠던들 오늘의 언론이 감히 내란을 비호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해방 후 일제 식민지시대를 청산하지 못한 것도 똑 같다.
우리는 과거의 악한 시대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검찰과 언론이 독재정권을 떠받쳐주는 두 개의 기둥이라는 것을 뼈아프게 체험했으면서도 그것을 청산하지 못했다. 나치 시대를 철저하게 청산했던 프랑스와 너무 대조적이다. 프랑스는 나치 부역자들 가운데 특히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했다. 프랑스인들은 나치 시대를 청산한 후 이런 말을 남겼다. “어제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 “카인의 죄는 아벨에서 끝나지만 지식인의 죄는 무한하다.”
이제 80대의 노년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50년 동안 꿈꾸었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한 구악언론 청산의 과제를 오늘의 젊은 언론인들에게 부탁하면서 2차대전 후 보여주었던 프랑스인들의 결연한 의지를 되새겨본다.
2025년 3월 6일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