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공식 승인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급 허용과 함께 미국 정부가 매출의 25%를 공유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경제적 이익과 국가안보 사이의 균형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개월간 이어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백악관 로비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루스 소셜에 “시진핑 주석에게 엔비디아 H200을 중국의 승인된 고객에게 공급하는 것을 허용했다”며 “미국은 매출의 25%를 받는다. 바이든 시대의 열등 칩 정책을 바로 잡았다”고 했다.
해당 조치는 지난주 젠슨 황 CEO와의 백악관 회동에서 사실상 최종 조율됐으며, 상무부가 조만간 공식 라이선스를 발급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검증된 고객 대상 H200 공급은 미국 제조업과 고임금 일자리에 긍정적”이라며 환영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선회 배경에는 젠슨 황 CEO의 지속적인 로비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CEO는 지난 3일 백악관 회동에서 “미국의 과도한 수출 규제가 중국의 자체 칩 개발 속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며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단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톰 코튼 상원의원을 포함한 초당적 의원들은 지난 4일 향후 2.5년간 AI 칩 수출 규제 완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에 최첨단 기술을 넘겨주는 것은 국가안보 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맞다”고 인정했지만, H200 수출 라이선스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정치·안보 리스크가 남아 있어 실제 물량 공급까지는 추가 변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 H200은 최신 블랙웰 시리즈 직전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중국 화웨이 모델 대비 성능이 크게 우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정부 시절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에 H20(저성능 버전)만 공급했으나, 중국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해오ᅟᆞᆻ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엔 AMD 칩도 포함되며, 수익 공유 비율은 기존 15%에서 25%로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국방 매파와 테크 업계의 수개월 줄다리기 끝 타협”으로 해석했고,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최대 로비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미·중 디커플링 기조 속에서도 유연한 기술 거래가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깊게 얽혀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 매출과 생산 확대를 우선시하며 기술 패권 전략에 변화를 줬다”며 “미국 기업의 이익, 중국 견제, 안보 리스크 사이의 균형이 향후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