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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과의 만남 21- 안양 석수동 마애종

안양(安養)땅에 법음(法音)을 전하는 마애종(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2호)

 

(시사1 = 김재필 기자) 경기도 안양시의 안양(安養)이란 명칭은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창건된 안양사 (安養寺)에서 유래되었다.

신라 효공왕 4년(900년)에 궁예의 후예인 왕건이 금주(시흥)와 과주(과천)등의 지역을 징벌하기 위해 삼성산을 지나게 되었다.

이때 산꼭대기의 구름이 5가지 빛으로 채색을 이룬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살피게 했다.

구름밑에서 능정(能正)이란 노스님을 만났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왕건의 뜻과 같으므로 이곳 예술공원 근처에 (만안구 석수1동 산 2번지 일대)에 안양사(安養寺. 지금은 폐사됨)를 창건하게 되었다.

 

불교에서의 안양(安養)은 아미타불이 살고 있다는 청정한 국토로, 서쪽으로 10만억 불국토를 지나 있는데, 괴로움이 없고 지극한 즐거움만 있다는 곳으로 불자들이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서방정토로 곧 극락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안양시에 사는 시민들은 극락생활 누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예술공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 위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유일한 마애종(磨崖鐘),암벽에 새겨진 대부분의 마애상들은 부처를 조각한 마애불(磨崖佛)인데 이곳 마애종은 스님이 당목(나무로 된 종 치는 도구)을 들고 종 치는 장면이다.

 

바위에 새겼다기보다 그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얕게 돋을 새김으로 조성되어 있어 다분히 회화적이어서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을 찾았을 때 들은 얘기로는 박수근도 경주 남산의 마애불을 보고 마애불이 새겨진 화강암의 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다.

그는 캔버스에 유화를 몇 번이나 아니 스무번씩 이나 덧칠을 한 후 그만의 독특한 ‘마티에르’를 구축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그의 작품성향은 자신의 호 미석(美石)에서도 읽을 수 있다.

 

마애종은 종을 거는 고리 구실을 하는 용뉴와 음통을 포함한 높이가 126㎝, 종 몸통의 높이가 101㎝이니 전에 보았던 신라시대(725년)에 주조 된 상원사 범종 보다 40여센티 정도 작으며 통일신라 범종을 모델로 삼은 후대에 조성된 고려시대 초기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종 윗면에는 목을 구부려 종을 잡고 있는 용 한마리가 쇠사슬에 엮여 종 걸이에 걸리게 했고, 그 옆에는 우리나라 범종에만 있는 음통을 세우고, 아래의 연뢰에는 아홉송이의 연꽃을 배치했다. 당목이 부딪치는 당좌도 연꽃문양이다.

 

당목을 잡고 있는 스님은 동안((童顔)으로 가사는 오른쪽 어깨에 걸쳐 있고 법의는 발까지 내려와 있어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상당한 수준의 조각품으로 보인다.

 

헌데 대부분의 마애불 조성자들은 부처를 새기는데 이 석공은 왜 종치는 모습을 새겼을까?

종각에서 타종식에 참여해 타종했을 때가 생각나서 마애종을 보기 전엔 종을 울리기 위해 힘껏 당목을 미는 역동적인 장면을 상상해 봤으나 스님은 당목을 잡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

종치기 전의 모습일까?? 종을 친후의 모습 일까?

아마 후자일 것이다.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版)과 함께 사물중의 하나인 범종(梵鐘)의 종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중생들의 번뇌는 사라지고, 지혜가 생겨나 중생의 욕망이 가득 찬 이 사바세계인지옥과 같은 악도(惡道)를 벗어나게 되므로, 지옥중생까지 제도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사명이 있으며, 종을 치면서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진리)을 법음(法音)으로 듣게 함으로서, 지하의 모든 지옥 중생에게까지 들려주어서 그 고통을 벗어나게 하고, 위로는 천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더해주기 위해 친다고 한다.

그래서 종소리의 울림을 법음(法音)이라 한다.

 

당목을 잡고 서 있는 스님도 종을 치고 나서 조용히 퍼지는 잔향(殘響)을 들으며 부처가 제시하는 ‘진리의 길’을 생각 하고 있을까? 아니면 ‘선덕여왕 신종’의 명문에 쓰인

‘이 소리를 알아 듣는 이로 하여금 복을 누려 신에 들게 하고 모든 사람 건져 다 같이 깨달음의 길에 오르게 하네’ 라는 내용을 음미하고 있을까?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잔잔하게 퍼지는 종소리의 잔향(殘響)이 내 귓가에 걸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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