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문화산책 - 마애불과의 만남 4

밤마다 주천강을 산책하는 부처님 -


영월 무릉리 마애여래좌상(강원도 유형문화재 제 74호)

 

(시사1 = 김재필 기자)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하략-

신경림 시 ‘주천강가의 마애불’중에서

 

우리나라의 무릉도원이라고 부르는 영월 무릉도원면 주천강가에 요선암이 있다.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는 요선암(邀仙巖)위에 물방울 모양의 큰 바위에서 밤마다 부처가 나와 주천강가에서 산책을 하곤 사바세계를 둘러보고 새벽이면 바위 속으로 들어간다고 신경림 시인은 말한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제로는 그의 작품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각 작품은 내가 작업을 하기 전에 이미 그 대리석 안에 만들어져 있다. 나는 다만 그 주변의 돌을 제거할 뿐이다.“

 

불심이 깊었던 고려시대의 한 석공도 바위에서 부처를 보았을 터이고, 망치와 끌로 바위 속에서 3.5m의 큰 부처를 드러내어 모셨던 것이리라.

 

결가부좌의 자세로 앉아만 있던 부처는 모두들 잠든 밤에 힘들게 바위에서 빠져 나와 주천강에 발을 담가 보기도 하고, 낮에 씨끌벅적 했던 주천장터에서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의 온기도 느껴보고 , 마을의 어느 집에서 나오는 숨가쁘게 사랑하는 소리를 엿 듣기도 하고, 오동나무집 할매의 등굽은 허리를 어루만져 주고는 앞산의 머리가 벌겋게 물드는 여명의 시간에 지친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와 서둘러 다시 바위에 들어 앉는다.

밤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무릉리의 부처는 1,000여년 동안 사바세계의 중생들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이 마애불은 영월지방에서는 우수한 마애불상으로 소발의 머리에 뾰죽한 육계가 있고, 얼굴은 타원형으로 양감이 풍부하여 박진감이 넘치고 있다.

 

눈이 통통하고 코가 큼직하며, 입이 듬직하고 귀가 거대하여 이 불상의 인상을 더욱 박력 있게 느끼게 한다.

 

상체는 길고 원만하지만 하체는 지나치게 크게 표현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잃고 있으며,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에는 연꽃무늬가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다.

 

두 손은 가슴에 표현하였는데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펴서 손등을 보이고 있고, 왼손은 오른손에 평행되게 들었는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통견의 대의는 묵직한 편으로 상체의 주름은 돋을새김이고, 하체는 선각으로 시대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는 연꽃무늬가 도드라지게 새겨진 머리광배와 2줄의 선으로 표현된 몸광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박진감나지만 불균형스러운 특징으로 보아 옆에 세워진 작은 석탑과 함께 고려시대 이 지방의 대표적인 마애불상으로 보인다.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