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퇴임사

시사1 신유재 기자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정치권 논란의 핵이 된 ‘대장동 항소 포기’에 휩싸인 채 퇴임했다.

 

노만석 대행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저의 뒤를 이어 인품과 실력, 덕망을 두루 갖춘 분이 오셔서 검찰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직을 잘 추스르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퇴임사 전문이다.

 

검찰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검사' 노만석입니다.

 

오늘, 대검찰청 차장검사이자 한 명의 검사로서 마지막으로 검찰 가족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는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막상 이 자리에 서게 되니 2000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서울, 대전, 부산, 광주, 수원, 거창 등지에서 약 26년간 검사로서 근무하는 동안 저와 함께 고생했던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지난 시간 함께 일해왔던 선후배 검사, 수사관, 실무관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고마웠다는 마음을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습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최근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검찰을 대표하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인력부족·사건폭증 등으로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차분하고 묵묵하게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검찰 가족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아쉽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또한,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하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비록 저는 오늘 검사라는 이름을 내려놓지만, 검찰을 사랑하고 아꼈던 한 명의 검사로서 떠나기 전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반복되는 성별·세대·계층 간 갈등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신종범죄, 고도화·지능화되는 민생침해범죄로 인해 국민들의 평온하고 안전한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선택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국민들께서 일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곳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있는 검찰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사건을 살펴봐 주기를 바라시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검찰 스스로도, 헌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78년간 수행해왔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이처럼 범죄로부터의 보호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 전에 없는 변화를 앞둔 우리 검찰 구성원들을 생각할 때, 이제는 갈등과 반목보다는 모두가 힘을 합쳐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설정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뒤돌아서기보다 서로 손 내밀고, 옆에 있는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해주십시오.

 

차이를 인정하되 한 발씩 양보하여 그 차이를 좁혀나가고,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 곁을 지키는 검찰’이 되기 위해 우리 검찰 가족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노력해주십시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지금까지의 우리가 그러했듯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순간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하여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며,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 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성원해 주십시오.

 

아울러, 저의 뒤를 이어 인품과 실력, 덕망을 두루 갖춘 분이 오셔서 검찰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직을 잘 추스르기를 소망합니다.

 

다가올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오면, 검사로서 일했던 순간들, 검찰 가족 여러분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