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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67] 이성숙 ‘목련’

행여

오시려나

옷깃을 여밉니다.

 

꼭 다문 입술

흘러내리는 미소.

 

젖은 가슴

포근히 내리는

꽃잎.

 

불꺼진 장지문

떠나지 못하는

여인의 넋.

 

-이성숙, 시 ‘목련’

 

이번 칼럼에서는 이성숙 시인의 시집 ‘무대 위에 올려진 소품’에 수록된 ‘목련’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교육학 박사’ 출신의 이성숙 시인은 필자와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백양문학회에서 함께 시 작품으로 활동했다. 이성숙 시인은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휴머니즘적 시들로 서정시를 즐겨 쓴 시인으로 유명했다. 이는 그의 시집 속 목련을 비롯해, 동백, 찔레꽃, 억새, 은행나무 등의 작품이 방증한다.

 

이성숙 시인의 시 목련은 시인의 이름처럼 꽤나 성숙한 작품이다. 자연의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서정적으로 잘 풀어쓴 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불거진 국제 및 연예 이슈와 연관이 깊다. 가수로 이름을 알렸던 ‘솔비’ 권지안씨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에서 대상격인 ‘베스트 글로벌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시상식 관련 권위성에 의문을 표했고, 권지안씨를 향한 예술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예술성을 알린 권지안씨의 시상이 왜 국내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일까.

 

이와 관련 시사평론가인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미대 나온 걸 신분으로 이해하는 게 문제”라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스펙문화’를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재차 “작가는 신분이 아니라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술가가 되기 위해 미술대학 또는 제도권교육이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진 전 교수의 발언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 굳이 미대를 졸업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필자 역시 생각한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필자 역시 인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훌륭한 스펙만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시선이다. 그래선지 오늘따라 이성숙 시인이 목련을 통해 언급한 “불꺼진 장지문, 떠나지 못하는 여인의 넋”이란 표현이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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