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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57] 김창완 ‘깊은 강처럼’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누군가가 건너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지난 여름 장마에는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싯누런 흙탕물이 소용돌이 치더니

그런데 더 조용히 옛날처럼 있습니다

 

깊은 시름, 깊은 슬픔, 깊은 후회

다 깊은 강처럼 흘러갔으나

 

흘러갔으나 흐르지 않고

거기 그냥 그렇게 있습니다

 

- 김창완, 시 ‘깊은 강처럼’

 

이번 칼럼에서는 1942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화’로 당선돼 문인의 길을 걷고 있는 김창완 시인의 ‘깊은 강처럼’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창완 시인과 필자는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시와수상문학 내 시창작과정반에서 인연을 맺었다.

 

김 시인의 ‘깊은 강처럼’은 그의 시집 ‘나는 너에게 별 하나 주고 싶다’에 등장한다. 필자가 그동안 봤던 김 시인은 평소 우직하고 곧은 성품의 시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이러한 성품은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강물이 흘러가도 변함없는 것은 강물이라는 것, 장마철 많이 흘러온 물들이 범람을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물이 평온을 되찾는 다는 것 등등 마치 시인의 강직한 성품에서 탄생한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 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의 첫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줄파행을 빚으며 국민들의 우려를 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 7개 상임위에서 일제히 ‘특검을 수용하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거 성남시장 재직 당시와 연관이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손팻말을 들고 감사에 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지사를 흠집 낸다며 반발했고, 결국 국정감사는 줄파행을 겪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의 모습은 김 시인이 작품에서 쓴 ‘싯누런 흙탕물이 소용돌이 치더니’란 문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감사 역시 원활히 진행되고 ‘조영히 옛날처럼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궤를 같이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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