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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54] 장성우 ‘내 사랑을 보낼 때’

희미해져 가는 당신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내 사람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다니

사랑하기에 당신의 빛을 잃어가는 눈동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당신을 품에 안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했기에 세상에서 당신을 만나고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마지막 가냘픈 목소리로

 

사랑해요, 한마디를 남기고 영영 떠나가다니

당신의 호흡소리가 가냘파질 때

나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우리의 마지막이 이렇게 올 줄이야

 

해맑게 웃던 미소가 당신 얼굴에서 서서히 사라질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잃었습니다

세상의 끈을 놓아 버렸습니다

 

당신이 떠나간 그곳을 향하여

나의 모든 것을 보냈습니다

또한 삶의 애착도 접어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허허벌판 황무지에서 꺽꺽 소리내 울고 있습니다

 

-장성우, 시 ‘내 사랑을 보낼 때’

 

이번 칼럼에서는 한민대학교(현 폐교) 총장 및 교수를 재직했던 장성우 시인의 ‘내 사랑을 보낼 때’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장 시인의 시집인 ‘카이로스의 만남에서’에 기재된 내용이다. 장 시인은 목회자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고, 필자와도 2008년 ‘시마을(시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같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장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잘 표현했다. 사랑한 이와의 이별을 직면한 순간, 장 시인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고 저승을 향해갈 때, 장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장 시인이 허허벌판에서 홀로 서서 소리내어 울었을 모습이 상상돼 가슴이 쓰리기도 했다.

 

장 시인의 이 작품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여고시절’ 등으로 1970년대 가요계를 휩쓴 인기가수 이수미씨가 폐암 투병 중 지난 2일 별세한 소식과 연관 깊다. 1952년생인 이씨는 작년 1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0년대 허스키한 목소리로 많은 대중을 감동시킨 인기가수의 별세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별과 만남의 연속인 세상사를 다시금 깊게 생각해본다. 한편으론 무뚝뚝하게 해마다 변함없이 사계절이 찾아오는 시간의 연속이 오늘따라 야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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