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만 달랑 남은 달력을 쳐다본다. 이제 2020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약속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을 다이어리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9시 이후 거리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제 장례식장과 결혼식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서 다섯 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되었다. 겹치기 약속이 되어 있을 정도로 바쁜 연말을 앞두고 그 누구도 선뜻 만나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올 한해도 어김없이 이슈가 참 많았다. 우선 눈에 띄는 이슈는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사랑제일교회 코로나 확진자,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기소.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N번방,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OECD 회원국 전체 1위, 이건희 삼성회장 영면, 최저임금 전년도 대비 2.87% 상승, 군복무 기간 단축 등등이다. 그러나 2020년 최대의 키워드는 단연코 코로나19와 관련된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인 12월 현재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며 전 세계적인 감염자 증가세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국발 변종 코로나19가 등장하는 등 그 기세가 더욱 거세지
글/전정희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과 일요일 점심 식사 약속이 있었다. 약속한 식당에서 기다리는데 지인이 과일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무슨 과일이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추수감사절이라 교회에 과일을 헌물로 드렸는데 내 생각이 나서 조금 챙겨왔다는 것이었다. 고맙다고 하고 내용물을 살펴보니 배, 사과, 귤, 포도 등 제법 알이 굵은 것들이 골고루 들어있었다. 지인이 다니는 교회에서는 추수감사절 날 잘 익고 가장 큰 과일을 몇 개 준비해 교회에 헌물로 드리고 그 과일은 지역의 독거노인이나 고아원 등 사회시설에 모두 기증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개신교는 매월 11월 3번째 일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행사를 치르고 있고, 미국은 11월 4번째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며 공휴일이다.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대부분의 나라는 아예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연휴로 쉬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추석 명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의 추석은 과일이며 곡식들이 완전히 익기 전에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의 추석은 수확할 곡식들의 풍요를 조상께 미리 감사드리는 개념이라면 서양의 추수감사절은 곡식을 모두 수확한 다음에 감사를 드리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으로
아침부터 날씨가 조금 우중충했다. ‘우산을 챙겨야 하나? ’현관에서 우산을 챙길지 말지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열어 오늘의 날씨를 터치했다. 날씨는 흐림, 비 올 확률이 오후 6시 20%, 8시 30%, 10시 60%였다. 그 시간이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비 올 확률이 있는 날은 무조건 우산을 챙겨야 하는데, 이상하게 우산을 챙겨서 나오는 날은 비가 오지 않아서 하루 종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았다. 결국 필자는 일기예보를 믿어보기로 하고 호기롭게 집을 나섰다. 최근 들어 차를 두고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강남 쪽으로 일을 보러 갈 때는 집 앞에서 바로 연결되는 버스를 이용했다.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크게는 환경에 이롭고, 작게는 주차를 고민하지 않아서 좋았다. 마침 버스가 오기에 얼른 올라 탄 후 중간쯤 창가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20분쯤 지났을까? 날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비는 저녁에 온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일기예보가 잘 맞던데……, 낭패였다. 아직 도착하려면 30분은 있어야 하니 그 사이에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머피의 법칙은 어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 전문이다. 짧지만 매우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이 시를 처음 읽고 나서 사람의 관계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이 시를 교과서적으로 풀이하면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단절을 뜻한다. 즉 ‘섬’이란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소외된 고독한 존재성을 뜻하는데 현대인들은 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있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것은 그 속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즉 사회 구성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풀이는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이고 감성으로 풀이하자면 이 시는 그렇게 간단하게 풀이되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일로, 때로는 언제 만나도 좋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하루에도 시간을 쪼개어 이 섬 저 섬을 방문하고 있다. 필자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친해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매일 만나도 뭔가 긴장되고 불편한 반면 어떤 사람은 1년에 한 번을 만나도 편안하고 부담이 없는 사람이 있다. 내숭을 떨지 않아도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