嬴氏亂天紀 賢者避其世(영씨난천기 현자피기세) / 黃綺之商山 伊人亦云逝(황기지상산 이인역운서) 往迹浸復湮 來逕遂蕪廢(왕적침복인 내경수무폐) / 相命肆農耕 日入從所憩(상명사농경 일입종소게) 桑竹垂餘蔭 菽稷隨時藝(상죽수여음 숙직수시예) / 春蠶收長絲 秋熟靡王稅(춘잠수장사 추숙미왕세) 荒路曖交通 鷄犬互鳴吠(황로애교통 계견호명폐) / 俎豆猶古法 衣裳無新製(조두유고법 의상무신제) 童孺縱行歌 斑白歡游詣(동유종행가 반백환유예) / 草榮識節和 木衰知風厲(초영식절화 목쇠지풍려) 雖無紀歷志 四時自成歲(수무기력지 사시자성세) / 怡然有餘樂 于何勞智慧(이연유여락 우하노지혜) 奇蹤隱五百 一朝敞神界(기종은오백 일조창신계) / 淳薄旣異源 旋復還幽蔽(순박기이원 선부환유폐) 借問游方士 焉測塵囂外(차문유방사 언축진효외) / 願言躡輕風 高擧尋吾契(원언섭경풍 고거심오계) -도연명(陶淵明), 시 ‘도화원기 본문(桃花源記 本文)’ 전 칼럼에서 ‘도연명(陶淵明)’ 시인의 ‘도화원기(桃花源記)’ 서문을 다뤘다. 이에 이번 편에서는 본문을 다뤄보고자 한다. 도화원기의 본문 역시 서문과 마찬가지로 관직사회의 이면을 다루고 있다. 본문에서는 서문보다 그 이면이 더욱 적나라하게 설명된다. 본문 첫 문단인
晉太元中 武陵人捕魚爲業 緣溪行 忘路之遠近 忽達桃花林. (진태원중 무릉인포어위업 연계행 망로지원근 홀달도화림) 夾岸數百步 中無雜樹 芳草鮮美 落英繽紛. (협안수백보 중무잡수 방초선미 낙영빈분) 漁人甚異之 復前行 欲窮其林. 林盡水源便得一山. 山有小口 髣髴若有光. 便舍船從口入. (어인심이지 부전행 욕궁기림. 임진수원편득일산. 산유소구 방불약유광. 편사선종구입) 初極狹 纔通人 復行數十步 豁然開良. (초극협 재통인 부행수십보 활연개량) 土地平曠 屋舍儼然 有良田美池桑竹之屬. 阡陌交通 鷄犬相聞. (토지평광 옥사엄연 유량전미지상죽지속. 천맥교통 계견상문) 其中往來種作男女衣著 悉如外人 黃髮垂髫 竝怡然自樂. (기중왕래종작남여의저 실여외인 황발수초 병이연자락) 見漁人 乃大驚 問所從來 具答之 便要還家 設酒殺鷄作食. (견어인 내대경 문소종래 구답지 편요환가 설주살계작식) 自云: 先世避秦大亂 率妻子邑人來此絶境不復出焉 遂與外人間隔. (자운: 선세피진대란 솔처자읍인래차절경불부출언 수여외인간격) 問今世何世乃不知有漢 無論魏晉. 此人一爲具言 所聞皆歎惋. (문금세하세내부지유한 무론위진. 차인일위구언 소문개탄완) 餘人各復延至其家 皆出酒食. 停數日 辭去. 此中人語云: 不足爲外人道也. (여인각부연지기
冬十二月歲辛丑(동십이월세신축) 我初從政見魯叟(아초종정견노수) / 舊聞石鼓今見之(구문석고금견지) 文字鬱律蛟蛇走(문자울률교사주) 細觀初以指畫肚(세관초이지화두) 欲讀嗟如箝在口(욕독차여겸재구) / 韓公好古生已遲(한공호고생이지) 我今況又百年後(아금황우백년후) 强尋偏旁推點畫(강심편방추점화) 時得一二遺八九(시득일이유팔구) / 我車旣攻馬亦同(아거기공마역동) 其魚維鱮貫之柳(기어유서관지류) 古器縱橫猶識鼎(고기종횡유식정) 衆星錯落僅名斗(중성착낙근명두) / 模糊半已隱瘢胝(모호반이은반지) 詰曲猶能辯跟肘(힐곡유능변근주) 娟娟缺月隱雲霧(연연결월은운무) 濯濯嘉禾秀稂莠(탁탁가화수랑유) / 漂流百戰偶然存(표류백전우연존) 獨立千載誰與友(독립천재수여우) 上追軒頡相唯諾(상추헌힐상유낙) 下挹冰斯同鷇㝅(하읍빙사동구누) / 憶昔周宣歌鴻雁(억석주선가홍안) 當時籒史變蝌蚪(당시주사변과두) 厭亂人方思聖賢(염난인방사성현) 中興天爲生耆耈(중흥천위생기구) / 東征徐虜闞虓虎(동정서노감효호) 北伐犬戎隨指嗾(배벌견융수지주) 象胥雜遝貢狼鹿(상서잡답공낭녹) 方召聯翩賜圭卣(방소련편사규유) / 遂因鼓鼙思將帥(수인고비사장수) 豈爲考擊煩矇瞍(개위고격번몽수) 何人作頌比嵩高(하인작송비숭고) 萬古斯文齊岣嶁(만고사문제구루) / 勳勞至大
대밭에 쭉쭉 ‘대(竹)’가 솟아 있다. 날카롭게 일직선으로 위로만 뻗은 키, 곧은 마디 마디. 왕조시대에 민란에 앞장선 원통한 분노, 분노가 죽창으로 꽂혀 있는 ‘대(竹)’. 다시 보면 여름에도 차가운 감촉, 군살 하나 없이 온몸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하늘에 닿아 있다. 혼자 있거나 무리지어 있거나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대(竹)’, 밤중에도 꼿꼿하게 서서 잠잔다. 깨뜨려도 부서지지 않고 대쪽이 되는 ‘대(竹)’. 꽃은 피우지 않는다. 꽃 피면 죽는 개화병, 격렬한 사라짐이 있을 뿐이다. -이형기, 시 ‘대(竹)’ ‘기자’로도 활약했고 ‘평론가’로도 활약했던, ‘진주가 낳은 문학가’ 이형기 시인의 시 한편을 ‘또’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달 19일 7차 칼럼에서 이 시인의 ‘낙화’를 소개한 바다. 하지만 이 시인의 시는 ‘낙화’뿐 아니라, 소개하고픈 시들이 너무 많았다. 따라서 이 시인의 또 다른 작품인 ‘대(竹)’를 이번 칼럼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시의 제목인 ‘대’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민초(民草)’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필자는 해석했다. 이러한 해석에는 “왕조시대에 민란에 앞장선 원통한 분노, 분노가 죽창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 ‘행복’ 코로나 시국으로 국민들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시가 또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유치환 시인의 작품인 ‘행복’에 눈에 들어왔다. 행복을 비롯해 유 시인의 다수 작품들을 살펴보면, 생명에 대한 열정을 강렬한 어조로 부각하는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 시인의 행복은 다른 작품들보다 그 어조가 강하다. 이는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내 마음으로 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추게 하세요, 그러면 내 머리가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내 머리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내 핏 속에서 당신을 실어 나를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 ‘내 눈을 감기세요’ 지난 9화차 칼럼에 이어 이번에도 서양 시인의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칼럼의 주인공이던 루 살로메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인의 ‘내 눈을 감기세요’다. 독일의 유명한 시인인 릴케는 1875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비롯한 다수의 명작을 만들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확보한다. 프라하에서 태어난 릴케가 독일의 유명한 문학가가 된 데 대해 많은 이들은 궁금할 것이다. 실제 문학계에서도 ‘오스트리아·헝가리 황실의 직할지’인 보헤미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 가정에서 태어난 릴케가 불우한 환경을 딛고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가장 많이 주목하는 시인
‘넌 참 예쁘게 생겼구나’ 했더니 쌩끗 웃는다. ‘송편은 먹었니’ 했더니 ‘회소회소’하며 쌩끗 웃는다. ‘넌 몇 살이니’ 했더니 ‘신라 유리왕 9년에 태어났다’며 쌩끗 웃는다. ‘넌 이름이 뭐니’ 했더니 ‘가배(嘉俳)’라며 쌩끗 웃는다. -우태훈, 시 ‘한가위 보름달’ 우리나라 대표명절인 추석이 찾아왔다. 고유명절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추석과 연관 깊은 필자의 본작(本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한기위 보름달’이다. 이 시는 본인이 지난 2013년 12월 출간한 시집 ‘내 고향 인천광역시’ 내 6부에 수록된 시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 가운데 추석과 관련된 시 역시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본작을 소개하는 이유는 ‘추석에 대한 간결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실제 국민 중 다수는 ‘추석’을 떠올릴 때 ‘길게 쉬는 날’로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당장 밖에 있는 아무 사람을 붙잡고 ‘추석의 유래’를 물어보자. 바로 답하는 이는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또 다른 대표명절인 ‘설날’도 마찬가지일 터다. 본작에는 추석을 상징하는 ‘송편’ 및 ‘신라 유리왕’, ‘회소회소’, ‘가배’ 등 단어들이 사용됐다. 송편은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