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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조병세 폴란드대 교수· 시사1 논설위원장, 폴란드 TV와 인터뷰

지난 5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동안 온 세계의 관심 속에서 개최된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 관해 폴란드 트르밤(Trwam)TV와 인터뷰를 가졌다. 폴란드는 우리와 지정학적(地政學的) 유사점이 많아서, 남북한정세 변화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질문1> 북한은 36년만에 노동당대회를 개최했는데, 그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북한이 최근 도발적으로 핵과 미사일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유엔안보리(UNSC)로부터 해외 금융, 무역, 상업, 항행(航行) 등 전방위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어 “세계화시대에 세계로부터 완전 고립”하게 되자, 내부결속과 체제안전을 다지려는 안간힘으로 본다.

 

<질문2> 김정은은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했는가?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명실상부하게 당군정(黨軍政)과 국민을 통치하는 “김정은시대”를 열고자 했고, 그래서 민주국가에서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만장일치로 “노동당위원장”이라는 최고의 감투를 쓰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질문3> 북한은 세계 각국 100여명 기자들을 초청했는데, 그들이 당대회가 열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스스로 초청한 외국기자들에게 취재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전세계로부터 봉쇄(封鎖)를 당하니까, 정치사회적 속내를 들어내 보이지 않으려고 쇄국(鎖國)했을 것이다.
만일, 외국기자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로부터 또 다른 공격이나 제재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질문4> 노동당대회 개최 3일만에 북한은 자위를 목적으로 하여 핵능력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키로 했다고 전했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해주세요. 또 이것은 이웃나라들에게 어떤 면에서 위험하다고 보는가?

 

북한이 자위를 핑계 삼아 미사일에 핵탄두 탑재 등 핵능력을 질적, 양적으로 강화한다면, 무엇보다도 한국과 일본,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국제사회를 향해 <경제개발5개년계획(2016~2020)>을 통한 “경제발전과 핵개발 병진(竝進)정책”을 선언하고, 아울러 ‘핵 보유국’을 공식화하면서 “선제 핵공격은 않겠다”, “세계 비핵화에 기여하겠다”는 헷갈리는 발언을 통해 강온(强溫) 양면정책을 묘하게 구사했다.
이는 어쩌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핵강국들에게 “너희들도 하는 짓을 왜 나라고 못하냐?” 하는 빈정댐으로도 볼 수 있겠다.

인터뷰와는 별도로 북한현실에 대해 한마디 한다. 북한의 이번 노동당대회가 김정은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당대회 개최를 위해 <70일전투>에 동원되고, 대물림 충성을 강요당한 국민들에게는 과연 무엇이 돌아갔는가?” 우방국들로부터도 냉대받은 노동당대회의 결과는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몰고 갈지 궁금하다.
어쩌면, 북한주민들은 속으로 “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일성은 과거 동서냉전시대에 공산진영 내 중소(中蘇) 양국 간 국경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중립을 표방하면서 소위 “주체사상”을 내세워 “자폐식(自閉式) 고립주의”를 택함으로써, 스스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정일은 각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김일성식 고립주의는 벗어났지만, 잇단 경제정책 실패, 홍수, 가뭄 등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맞아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한국의 “햇볕정책”이 아니었다면 핵개발은커녕 체제유지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김정은은 핵개발에 과도하게 집착한 결과, 할아버지 때와는 반대로 전세계로부터 봉쇄당하는 “타폐식(他閉式) 고립주의”를 당하게 되었다.
“자폐식 고립주의”는 자신이 빗장을 풀면 문을 열 수 있지만, “타폐식 고립주의”는 밖에서 빗장을 풀어주지 않으면 문을 열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세계가 한 마을이 된 “지구촌세상”에서 어찌 빗장을 풀지 않고 살 수 있으랴?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으면 어쩌면 형제나라인 한국에게나 “군사회담” 등을 제의하면서 의사소통하려 들 것이다.
멀리서 어렴풋이나마 통일의 냄새가 날아오는 듯하다.
(2016. 5. 10, 조병세 폴란드대학교수, 시사1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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