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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 <빅토리아주 한인노인회(韓人老人會)> 이야기

호주 멜버른(Melbourne)은 빅토리아주(Victoria State) 수도(首都)로 인구는 시드니(Sydney) 다음가는 400만명 정도이며,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된 도시이다.
 
호주 양대(兩大)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드니가 밝고 힘찬 “불타는 20대 미녀”라면, 멜버른은 아늑하고 “중후한 40대 미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월 시드니대학에 공개특강하러 호주에 간 기회에 <빅토리아주 한인노인회> 백봉남회장님을 뵈러 멜버른에 갔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노인회에서 요청하여 <세계 고령화현상과 동아시아 각국의 경제현상>에 대한 특강을 했다. 이날 참석한 30여명의 노인들 모두가 밝고 진지하게 듣고 열심히 적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아직까지도 이민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영어를 원어민강사에게 열심히 배우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멜버른 한인노인회는 1990년말 “60세 이상 노인들이 친목도모, 건강증진, 복지향상, 생활편의 제공과 후세들에게 한국문화와 윤리도덕 교육을 목적”으로 법인체로 창립하여 지난해 25주년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한다.

창립 후 10년간 연인원은 129명이었는데, 이제 36명으로 줄어들었고, 그 중 창립회원은 2명뿐으로 이미 여러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회원평균연령 변화를 보면 세월이 하 무상함을 느낀다. 창립 당시 67세, 10년후 73세, 20년후 76세까지 높아졌다가, 25년후인 현재는 일부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다시 73세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노인회운영 상황은 다행히도 창립 이래 참석률이 가장 높아서 매주 참석자가 30명~40명 정도이며, 자원봉사자 5명(총무1, 노래방1, 영어교실2, 점심봉사1)이 봉사하고 있다. 매주모임(목)에서는 친목게임(빙고, 댄스, 노래방), 건강교실(체조), 영어, 성인병 진료, 종이 접기, 옷 짜기(편물), 풍선, 공작, 그림 그리기, 관광, 야유회 등 여러 과정이 있는데, 연간 1일관광 2회, 야유회 2회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지속적인 정기만남을 통해 머나먼 이국(異國) 땅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담소하고 맛있게 식사하며 유익한 삶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젊은 60대회원들은 자기개발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노인회운영은 시청(city council)에서 매주 행사비와 회식비의 절반 정도를 보조 받으며, 그 외에 한인교회와 성당으로부터 식사의 절반 정도를 제공받고 있다. 창립초기에는 자원봉사자가 많았으나, 10년후부터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여러모로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안타까운 점으로는, 창립초기에는 <한인회장>이 자동으로 고문이 되고, <한인복지회>에서도 지원했지만,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져서 지원은 물론 <한인회>의 주요 행사나 사안에 대해서 의논도 통보도 하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 밖에 노인회의 어려운 문제로는, 언어장벽 때문에 영어봉사자가 없으면 법인체로서 주정부나 시청에 보조금신청, 리포트회의 참석, 노인수혜(老人受惠) 관련 정보 입수 등 사무적인 일을 감당키 어렵다고 한다.

또한, 회원들이 점차 연로해지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힘들어 하지만 매주모임에 열심히 참석하고 있고,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수시로 가야 하는 병원이나 공공기관을 찾아가는 일이 힘들다고 한다.

 

금년에는 매년 실시하는 스토닝톤(Stonington) 시청행사에서 종전대로 김치 등 한국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노인들을 위한 치매예방정보교환 회의에도 참가할 예정이며, 다가오는 연말잔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멜버른 <한인노인회>를 보면서 “이 모임에 참석하는 노인들은 참으로 복도 많은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는 참으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는 흐름에 맞추어 과거 “백호주의(白濠主義)”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다문화주의(多文化主義)를 따뜻하게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국사람에게는 키 크고, 코 크고, 얼굴 하얀 사람들이 “쏼라쏼라”하는 호주사회가 낯설기는 하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에 살면서 60이 넘고 70이 넘은 나이에도 <한인노인회> 매주모임에 꾸준히 참석할 수 있는 건강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산다는 것이 무엇보다 부러웠다.

이 기회를 빌어, 멜버른 <한인노인회>가 <한인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회복하여, 앞으로 무궁한 발전과 한인사회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원(祈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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