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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청춘남녀의 재미난 한국여행 이야기보따리

유럽의 폴란드는 한국에서 머나먼 곳에 있는 나라다. 서울에서 바르샤바까지는 7,823km나 된다고 한다. 한국을 남달리 좋아하는 20대초반의 폴란드청년 마치에이(Maciej)와 연인 마리아(Maria)는 지난 9월하순 함께 한국을 찾아 2주동안 전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폴란드 옛수도 크라쿠프에 있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 “친구(Cingu)”에서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져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말도 곧잘 하고 한국이름까지 있는데, 마치에이는 “한만수”이고 마리아는 “성진주”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친절하며, 문화가 깊은 놀랄만한 나라”라고 여행소감을 털어놨다.

놀랍게도 이들은 젊은이답게 20kg 가까운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등에 지고 들고 불과 2주 동안에 전국을 휩쓸다시피 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서울-임진각-땅굴-부산-순천-보성-완도-제주도-목포-전주-진안-안양-서울을 거쳐 인천공항에서 출국했다고 한다.

 

한만수와 성진주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는 부산인근 기장군 바닷가의 역사 깊은 고찰(古刹) 해동용궁사(海東龍宮寺)를 꼽았다. 특히나 하늘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해룡동상(海龍銅像)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청(丹靑)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귀국길에 오르면서 안양시 만안교(萬安橋) 근처 보현사(普賢寺)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는데, 주지 보현스님이 손수 사찰음식을 차려주어 맛있게 먹었던 일, 난생처음 온돌방에서 따뜻하게 자면서 그 동안 쌓인 여독(旅毒)을 풀었던 일, 보현스님이 그들의 건강과 장래를 위해 부처님께 기도해 주었던 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만다라(曼陀羅) 그림을 직접 그려서 선물로 준 일은 길이길이 못 잊을 거라고 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강남 로데오거리에 가서 K-Pop을 대표하는 “오빤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싸이” 흉내를 내면서 춤을 춘 다음, 노래방에 가서 한국노래를 불렀던 일이라고 한다. 특히, 마리아는 고교3년 시절에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플래시몹(flash mob)으로 “강남스타일”을 추었는데, 설마 3년 후에 직접 강남에 와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춤출 줄은 몰랐다고 하며 감동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장 웃겼던 일은, 서울 인사동에 있는 똥처럼 생긴 “똥빵”과 장난감 등을 파는 “똥까페”, ”똥데리아”를 들었다. 그 다음으로는 제주도에 있는 “러브랜드”에서 섹스에 대한 갖가지 기상천외한 예술작품들을 보면서 한만수가 특히 즐겼다고 한다.

 

가장 뿌듯했던 일은,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말귀 모양으로 생긴 마이산(馬耳山)을 찾아 가파른 정상을 정복했던 일이라고 한만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가장 신기했던 일은, 완도에서 훼리호를 타고 제주도로 갈 때 선객들이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서 편히 가는 모습이 특이했으며, 이때 한만수는 드러누워서 가니까 자꾸만 성진주를 끌어안고 자고 싶어서 죽을뻔했다고 말해 폭소를 터뜨렸다.

 

가장 막막했었지만 고마웠던 일은, 이들이 폴란드에서 인터넷을 통해 무료숙박을 제공하는 사람과 연결이 되어 전주에 갔을 때, 버스정거장에 도착해 아무리 그에게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아 부득불 주소를 보고 힘들게 그곳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나이 많은 경비원 한 명만 있을 뿐,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고 경비원이 계속 전화를 해도 그 사람은 받지 않았다. 그러자 그 경비원이 맛난 음식점과 저렴한 숙소까지 안내해 주어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또 다른 목포에서 있었던 감동적인 일화는, 제주도에서 훼리호로 목포항에 도착했을 때 선착장에서 기차역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서성대고 있는데, 어떤 자동차가 다가와 서면서 운전하던 여인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서 “기차역을 가야 한다”고 말하니까, 두말할 것 없이 자기 차에 태우고 목포역까지 친절하게 데려다 주면서, 차 안에서 배고프지 않느냐면서 맛있는 시루떡까지 준 일이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가장 아쉬웠던 일은, 폴란드에서부터 한국 가면 전통차(傳統茶)를 맛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차는 모두 인스턴트제품뿐이어서 차(茶)의 명소인 전라도 보성까지 찾아 갔는데도 여행스케줄에 쫓겨서 차 한잔 마시지 못하고 그냥 차밭만 황급하게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휴전선 안에 있는 제3땅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안내원이 여기서부터 북한땅까지는 170m밖에 안된다고 말했을 때, 같은 민족끼리 침략하기 위해 이런 땅굴을 팠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서는,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에 갔을 때 수족관 안에 있는 물고기들이 자기 친구들이 죽어서 사람들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눈을 껌벅거리며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광경이 너무나 마음 아파 들어간 지 채 1분도 안되어 급히 뛰어나왔다고 한다.

 

가장 힘들었던 일로서는 해외여행 때 자주 겪는 일이지만, 물을 갈아먹은 탓인지 배탈이 나고 몸살이 나서 며칠 동안 고생하면서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차 타는 곳을 찾는데 길을 잘 몰라 이리저리 헤매야 했던 일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이들이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는 편이었지만,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 지방을 다닐 때 독특한 사투리 때문에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려웠던 일보다는 즐거웠던 일이 더 많아서 폴란드로 돌아가면 한국말도 더 열심히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또다시 한국을 찾아 오겠다면서 이번에 한국을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젊은이들이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초등학생 어린이보다도 무거운 짐을 지고 전국을 하루도 쉬지 않고 여행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며, 아울러 그들이 무사히 한국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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