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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논란에 대한 소고(小考)

요즈음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놓고 여야(與野)간에 심각하게 격돌하고 있다.

역사란 내일을 여는 열쇠이며,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나라가 치수(治水)를 제대로 할 때 심한 폭우나 태풍에도 강물이 범람치 않고 큰 피해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에 황하(黃河) 치수를 잘했던 우(禹)임금은 역사에 신화로 남아 있다. 만약, 치수 경험도 노하우(know-how)도 없는 백성들이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너도 나도 마음내키는대로 물길을 트고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임의로 바꾼다면 평소에는 모르겠지만 폭우나 태풍이 올 때 그 피해는 실로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두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모든 사물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결정할 때는 몇가지 뚜렷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첫째, 우리 국권(國權)을 굳건히 지키려면 어떠한 선택이 유리할 것인가가 관건(關鍵)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강국들에게 둘러쌓인 샌드위치국가로서 국권을 침탈당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 오늘의 부(富)와 명예를 과연 천년만년 지켜낼 수 있는 선택인가가 문제이다. 우리는 지금 5천년 역사이래 가장 잘 살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연 앞으로 얼마나 지켜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고 걱정마저 된다.

 

셋째, 장차 세계 속에 웅비(雄飛)하는 통일강대국을 건설할 수 있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의 광대한 고토를 회복하여, 주변강국들이 감히 넘보지 못할 강대한 국가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반대론자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역사란 승리자의 전유물(專有物)'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정화가 되면 집권자나 특정출판사가 역사교과서의 보수우경화(保守右傾化)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8종의 역사교과서가 난립되어 각기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기술한다면, 사고와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을 혼란케하여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데에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은 그들이 성숙한 이후에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좀더 시야를 넓혀 시간적으로는 '현재'에서 벗어나 '미래'로, 공간적으로는 '국내'에서 벗어나 '세계속의 한국'으로 거듭날 때, 냉엄한 국제정세에 순응하면서 언제 닥칠지도 모를 국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이래 사색당파로 국론이 들끓 때마다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웠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반대론자들은 영국의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가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사실만을 기록한 것 같지만, 역사를 쓰는 이가 어떤 목적과 관점을 가지고 쓴 결과물이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드워드 카의 말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지적했을 뿐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일장일단이 있지만 역사교과서는 국정화가 좀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첫째, 역사교과서가 탐욕스런 정치인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거래나 협상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직 사고(思考)와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는 정치와 무관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올곧은 역사학자들의 전유물(專有物)이 되어야 한다.

 

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도 집권자나 집권당의 이해(利害)를 떠나 전력(前歷)이 올곧은 사학자들로 하여금 역사교과서를 기술토록 해야 한다. 조선시대에 청렴강직한 관리를 사관(史官)이나 간관(諫官)으로 엄선한 사례는오늘의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셋째, ​정부는 역사교과서 편찬을 특정 정권이나 정치집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올바로 기술할 수 있도록 국사편찬위원회에 위임하는 한편, 동(同) 위원회를 헌법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 처럼 독립성을 지닌 국가기관으로 승격시켜 그 몫을 다하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세천재(經世天才) 송태조 조광윤이 사관(史官)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존중했던 사례가 생각난다. 송태조는 사관이 황제인 자신의 잘못을 기록하자 버럭 화를 냈다가 곧바로 사과하면서 부득이 했던 정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던 사실은 오늘의 집권자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하다. ​

 

넷째, 우리는 일본문부성이 역사교과서 검정제를 고수하면서, 조선강점, 군위안부, 동학농민학살, 731부대생체실험 등에 대해 왜곡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일본내에 반대여론이 있다고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익을 우선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중국정부가 고구려 옛영토인 만주지역을 역사적으로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도 국익을 위해서는 역사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주변국의 행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남북통일의 기운을 피부로 느끼는 지금도 역사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 머지않아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70여년동안 다른 사상과 체제 아래 살아온 남한과 북한 주민간에 얼마나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볼 때,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통일에 대비하는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역사교과서의 올바른 기술이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이 범람하지 않고, 우리의 젖줄이 되어 강대하고 풍요로운 조국을 건설할 날을 기대해 본다.

 

"나라가 없으면 나도 없고 국정화를 놓고 싸울 역사교과서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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