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마련한 동료들의 '이순' 회갑연에 감동받았다"

  • 등록 2022.03.29 00:55:59
크게보기

'3월 28일'이 의미 있게 다가온 날

“직장 동료들이 이벤트로 마련한 야외 식당 회갑연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주민등록상 62년 3월 28일이, 나의 양력 생일로 기록돼 있다. 사실은 음력 62년 5월 22일생이다. 늦은 시간인 저녁 12시를 몇 분 남기고 낳았다고 한다. 호랑이띠인데, 호랑이는 한밤중에 으르렁거리며 먹이를 찾기 때문에, 생전에 모친께서는 범이 돌아다니는 무서운 캄캄한 밤과 같이 척박한 곳에 내놓아도 강하게 잘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친이 아이를 낳아, 동네 이장에게 일시를 신고를 했는데, 술에 취한 이장이 면사무소에 가 출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생일을 잘못 기록했다고 한다.

 

직장, 학교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료끼리 나이 다툼이 벌어지면 주민등록를 꺼내 확인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특히 과거 술을 마실 때, 나이 때문에 다투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민등록증을 확인함으로써 선후배의 서열이 정해지기도 했다. 주민등록상 생일이 양력 3월 28일로 돼 있어, 직장이나 사회 지인들과는 주민등록증에 기록된 생일이 자연스레 굳혀졌다. 가족끼리는 진짜 출생일인 음력 5월 22일, 아침 미역국을 먹는다.

 

사회생활로 인한 생일이 양력 3월 28일(오늘)이었다. 오늘 낮 12시부터 경기도 고양 능곡역 주변 야외 한 식당에서 직장 동료와 지인들이 60세를 맞아 회갑연을 마련했다. 동료들의 갑작스러운 환갑이벤트에 좀 당황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 흔한 말로 ‘60세 청춘’이라는 말이 있듯, 과거와 달리 회갑연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날 생일은 아니지만 끈끈한 동지로서 지낸 온, 직장 동료 한 분도 같은 동갑 범띠라서 함께 회갑연을 했다. 그런데 그를 보면서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했고, 너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몇 달째 췌장암 치료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쾌유를 간절히 빌어 본다.

 

어쨌든 소위 60살을, ‘귀가 순해진다’는 의미로 ‘이순(耳順)’이라고 말한다. 만년에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면서 비롯된 말이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뒀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됐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됐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돼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고 기록돼 있다.

 

이를 압축해 나이 15세 지학(志學),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70세 종심(從心)이라고 일컫고 있다.

 

바로 60살이면 이순이고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한다”라고 해석한다. 나는 지금도 솔직히 타인의 말을 들으면 이해하는 측면도 있고, 이해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공자는 어떤 말이든 그 이치를 깨닫고 이해를 했다니, 성인(공자)과 나의 차이는 극명했다. 유식하게 말하면 오늘이 이순(耳順)의 나이인데, 왠지 이순이라고 동료들이 베풀어준 회갑연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아직까지 60살이 나에게 도래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생일잔치 ‘떡 케이크’ 위에 동료들이 준비한 60살을 상징하는 여섯 개의 촛불과 더불어 ‘축 환갑, 인생은 60부터, 생신 축하드려요.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쓴 문구가 꽂혀 있었다. 이를 보니 60살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김철관 3356605@naver.com
<저작권자 © 시사1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145길 5-11 주영빌딩 6층 | 대표전화 : 02)3667-2533 | 팩스 : 02)511-1142 등록번호 : 서울,아02660 | 등록년월일 : 2013.05.21 | 발행인/편집인 : 윤여진 Copyright © 2020 (주)시사1. All rights reserved. Email : 016y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