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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58] 배월선 ‘어떤 날은 낯설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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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집을 들어설 때마다

텅빈 하루처럼

일상의 북적임에 빼앗긴 나를

다시 찾아놓는

적요한 저녁 무렵 어쩐지

오늘은 사람 냄새가 난다.

 

푹 끓인 김치찌개에

데워진 냄비가 조금 전인 듯하다.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기다리는

식탁 위에 올려진 정

오래도록 묵혀둔

이제는 낯설기까지한 행복이다.

 

거실 한 편에 빨래가 곱게 개어진

딸 아이의 고운 마음을 서랍에 담으면서

가끔은 낯설어도 행복한 이유가 되는

사는 맛이란 이런 게지.

 

우렁이각시 아니어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얼굴

이윽고 학원에서 나오며

상기된 인사말

“엄마, 저녁 먹었어요?”

정말 눈물나게 행복한 날이다.

 

- 배월선, 시 ‘어떤 날은 낯설어도 행복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인터넷상 시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배월신 시인의 처녀작인 ‘어떤 날은 낯설어도 행복하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배 시인의 처녀시집인 ‘당신과 함께 가고 싶은 나라’에 수록된 것이기도 하다. 배 시인은 경남 창원 한마음병원에서도 근무했던 인물. 당시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창작력을 보여줬다.

 

이 작품을 살펴보면, 복잡한 하루일과 후 집에 돌아와서야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온 듯한 안정감을 느끼는 시인의 모습을 글로 잘 표현했다. 이어 집으로 귀가했을 때 딸 아이의 김치찌개 식사 준비에 모녀의 정을 느끼게도 했다. 나아가 딸 아이가 빨래를 잘 개켜놓은 것을 보고도 행복감을 느낀다. 마지막 딸 아이가 학원에서 나와 “엄마 저녁 먹었어요”라는 안부 인사에서도 기쁨을 느꼈던 배 시인.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행복함을 찾을 수 있음을 공유했다.

 

배 시인의 작품을 소개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최근 인터넷상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들을 나열해보면 ‘포기’ ‘흙수저’ ‘헬조선’ 등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말들을 종종 접하게 된 사연이다. 이는 우리 청년세대인 2030세대들이 많이 직면하는 문제이자 우리나라의 이면이기도 하다. 2030세대의 자녀를 둔 필자 역시 우리나라의 이면을 보면 씁쓸한 여운을 감추기 힘들다. 연장선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2030세대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까란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2030세대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함’을 발견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2030세대가,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함’을 마구 발견하는 시기가 찾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 시인의 작품을 일차원적으로 흐뭇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다가왔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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