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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과의 만남 13-이천 태평흥국명마애보살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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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俗)으로 나투신 성자(聖者)

 

(시사1 = 김재필 기자) 경기도 이천 장암리에 자리한 태평흥국명마애보살좌상(보물 제 982호)의 뒷면에 '太平興國 六年 辛巳 二月 十三日(고려 경종 6년 980년)'이라고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 981년에 조성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애불중의 하나다.

 

이 또한 산이나 절 근처에 조성되지 않고 도로에서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농로옆 이 ‘미륵바우’라 부르는 2등변 삼각형 모양의 화강암 바위에 조성된 걸 보면 지방색이 엿보이는 토속 신앙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체 크기 3.2m의 이 보살상은 높은 관(冠)을 쓰고 손에 연꽃을 들고 있으며, 관(冠)에는 작은 부처가 새겨져 있어 관음보살을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보살은 반가상(半跏像)의 자세로 오른발은 내려 연꽃이 활짝 핀 모양의 대좌(臺座) 위에 놓고 왼발은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얼굴과 신체는 전체적으로 큼직하며 비례가 맞지 않아 둔중한 느낌이 들어 전반적으로 조각 기술이 다소 뒤떨어지지만 양 어깨를 감싸고 입은 천의(天衣)에, 높은 보관을 쓰고, 연꽃가지를 손에 든 독특한 형식의 관음보살상이다.

 

잠시 있으니 한무리의 여인들이 마애불 앞에 정갈한 찻자리를 펴더니 차를 타 마애불에 차공양을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걸 그녀들로부터 듣고 마애불을 탐사하는 자가 '석가탄신일'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나름대로의 공양행사를 마친 그들이 찻자리에 초대 한다.

 

오월의 훈풍을 곁들여 마시는 상큼한 향기 한줌이 코끝을 호강 시킨다.

 

촬영을 마치고 농촌마을의 한가정집 옆에 좌정한 마애불을 다시 둘러보고 있으니 10여년전에 읽어 본 ‘성과 속‘이라는 대칭적인 잣대를 이용하여 시간과 공간, 우주와 자연, 인간의 삶 자체를 꿰뚫어봄으로써 종교적 인간과 비종교적 인간이 사실상 동일한 실재 앞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미르체아 엘리아데 (Mircea Eliade)가 <성과 속> (The Sacred and The Profane)에서 ‘성스러움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속된 삶을 살게 되었다.’라고 한 구절이 생각 난다.

 

농촌 마을속에 깊숙이 들어앉은 이 마애불에서 그 성스러움이 인간의 삶속에도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은 나만의 오해는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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