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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46] 이육사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시 ‘청포도’

 

이번 칼럼에서는 1904년 4월 4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육사 시인의 시 ‘청포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인의 이름은 원록이라고 한다. 그는 보문의숙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대구 교남학교에서 잠시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그는 시를 통해 식민지하의 민족적 비운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 꺼지지 않는 민족정신을 장엄하게 노래했다.

 

청포도란 시는 1939년 ‘문장’ 8월호에 출품작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이 시인은 17회나 감옥에 투옥되는 일을 겪으면서도 많은 시를 써서 명성을 남겼다. 특히 광야, 절정이라는 작품을 통해 조국 광복의 염원을 강한 신념처럼 담아냈다. 청포도란 시 역시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되어 평화로운 삶을 염원하면서 썼던 것.

 

특히 청포도란 작품은 조국 해방을 생각하면서, 그 기쁨을 미리 맛 본 듯 하는 느낌을 자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얀 모시 수건에서는 백의민족의 순수성을 느끼고, 일제의 총칼에 맞서는 강력한 정신력도 담아냈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청포도란 작품을 읽어보면서 희망을 가지고 현재 상황을 극복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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