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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44] 유치환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 시 ‘깃발’

 

이번 칼럼에서는 1908년 경남 충무에서 태어난 유치환 시인의 작품 깃발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 시인은 이 작품에서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깃발을 통해 형상화했다. 이상과 현실사이를 뛰어넘을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 한계를 깃발에 비유해 표현하고자 한 시인은 충족될 수도 없는 향수를 영원한 향수로 남겼다. ‘깃발’은 바람이 부는 대로 소리 없이 흔들린다. 아우성 치듯이 말이다. 넓은 바다를 향해서 돗대가 흔들리듯 깃발은 흔들리며 전진한다.

 

작금의 여야에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주자들이 여러 명 등장했다. 그들은 각기 대선공약과 정치이념을 가지고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주자는 단 한 명일 것이다. 정상에 깃발을 꽂는 것은 누가될 것인가. 대선주자와 유권자는 꿈과 희망을 안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깃발의 운명을 안고 가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유 시인이 잘 투영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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