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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38] 딜런 토머스 ‘유독 시월 바람이’

유독 시월 바람이 서릿발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 괴롭힐 때면,

움켜잡는 태양에게 붙들려 불 위를 걸으며,

땅위에 게의 그림자를 던진다.

바닷가, 새들의 지껄임을 들으면서

겨울 막대기 사이 까마귀 기침 소릴 들으면서

떨며 지껄이는 바쁜 내 심장

마디마디 피 흘려 낱말들을 쏟아낸다.

 

또한 낱말 탑에 갇혀서 나는,

지평 위에 나무처럼 걷고 있는

여인들의 수다스런 모습과

공원의 별 몸짓한 아이들 소릴 본다.

당신에게 홀소리의 너도나무로 몇 마디 말을 지어 드리지

또는 참나무 목소리로, 가시 돋힌 지방의 뿌리에서

당신들게 몇 가락 들려 드리지.

물의 말씀으로 몇 줄 말을 지어 드리지.

 

은화식물 화분 뒤 까딱대는 시계가

시간의 말을 들려주고, 신경성의 의미가

지침 달린 원판 위를 난다, 아침을 웅변한다.

그리고 수탉 풍향계 속 바람 찬 일기를 알린다.

당신들게 초원의 신호로 몇 마디 지어 드리지.

나가 다 아는 소리 말하는 신호 깃발 초목이

벌레 꿈틀대는 겨울과 더불어 눈알 속에 파고든다.

까마귀의 죄에 대해 몇 마디 해드리지.

 

유독 시월 바람이

거미 혓바닥의 가을 주문으로, 웨일스의 큰 목소리 산으로

당신들게 몇 마디 지어 드리지.

무의 주먹으로 땅을 괴롭힐 때면,

무심한 낱말들로 당신들에게 몇 줄 지어 드리지.

연금술의 혈액이 분주히 달리며 글자 쓰면서

닥쳐오는 광란을 경고하던 심장을 고갈시켰다.

바닷가, 어두운 홀소리의 새 소릴 들어라.

 

- 딜런 토머스, 시 ‘유독 시월 바람이’

 

이번 칼럼에서는 영국이 배출한 딜런 토머스 시인의 ‘유독 시월 바람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월의 바람은 서릿발을 세우듯 손이 시렵다. 태양의 따뜻한 햇살을 한 움큼 쥐어보려 하지만 추위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겨울에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는 더욱 구슬프다. 토머스 시인은 떨리는 심장으로 추위 속에서 이 시를 썼다고 알려졌다.

 

또 시인은 여인들의 수다와 어린이들의 소리에서조차 시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시를 돌려준다고 했다. 때론 참나무 목소리로, 때론 물의 말씀으로도 시를 돌려준다고 했다.

 

서기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코로나’로 불리는 질병과 싸우면서 지쳐가고 있다. 만약 시인이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그는 어떤 방식으로 현대인들을 위로했을지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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