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폐공사 75년의 답, 성창훈이 보여준 ‘행동하는 혁신’

한국조폐공사가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75년이라는 시간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조폐공사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선언했느냐다. 현금 사용 감소로 화폐 제조라는 전통적 주력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조폐공사는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수출사업으로 외연을 넓히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성창훈 사장이 있다. 그는 조폐공사가 자칫 ‘제2의 석탄공사’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직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기존 역할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공공기관 혁신의 출발은 바로 이런 냉정한 자기 진단이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진단 이후의 행동이다.

 

조폐공사는 모바일 신분증과 디지털 상품권 등으로 ICT 사업을 확대했다. 화폐의 위변조를 막으며 쌓아온 기술을 디지털 환경의 신원·진위 확인 영역으로 확장했고, 화폐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디자인 역량은 문화상품으로 연결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과 전문성을 시대의 수요에 맞게 다시 해석한 것이다. 성창훈 사장의 리더십을 평가할 때 주목해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혁신을 구호로 끝내지 않고 조직이 가진 자산의 쓰임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이라는 성과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선언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공공기관 혁신은 결국 기관장의 리더십과 실행력에서 출발한다. 위기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구성원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기존 역량을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는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 성창훈 사장이 조폐공사에서 보여준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다른 공공기관도 조폐공사의 사업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보유 역량, 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조직이 지금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자세만큼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혁신은 위기를 말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성과는 행동에서 나온다. 조폐공사의 다음 5년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