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3년 만에 실물 금 산다’

시사1 김기봉 기자 | 한국은행이 이르면 오는 12월 국내에서 생산된 실물 금 약 1톤을 사들인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면 2013년 2월 이후 13년 만의 실물 금 매입 재개다. 올해 2분기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데 이어 실물 금까지 매입하면서 한국은행의 금 보유 확대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3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 외자운용원은 올해 연말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매입할 예정이다. 한은은 정태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12월 14일경 제반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이 시기에 첫 거래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정 물량은 1톤 내외”라고 밝혔다. 금 1톤의 시장가치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한은이 단순히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실물 금을 국내에서 직접 사들이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은은 2013년 2월을 마지막으로 실물 금 매입을 중단했다. 당시까지 금 투자를 늘렸지만 이후 금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치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한은의 금 매입은 사실상 멈췄다. 단 최근 금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주요국 중앙은행과 비교했을 때 한은의 금 보유량이 적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한은은 올해부터 금 보유량을 확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8월엔 실물 금 매입을 재개하기로 공식 결정했고 앞서 2분기에는 유가증권으로 분류되는 금 ETF를 2억5000만달러어치 매입했다. 간접투자에 이어 직접 실물 확보까지 나서는 셈이다. 한국거래소도 한은의 금 매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KRX금시장의 거래·보관·결제 체계를 정비했다. 한은의 실물 금 매입이 가능하도록 국내 금 거래 인프라 역시 손질된 것이다.

 

금 보유 확대의 배경에는 한은의 낮은 금 보유 비중도 자리 잡고 있다. 8월 말 기준 한은이 보유한 금 현물은 104.4톤이다. 장부가 기준으로는 47억9000만달러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 수준이다. 시가 기준으로는 3.4% 정도다. 세계금협회(WGC) 최신 자료 기준으로 한은의 금 보유 순위는 전 세계 39위다.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비교하면 금 보유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매입은 단순히 금 1톤을 추가로 확보하는 거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한은이 그동안 중단했던 실물 금 매입을 다시 시작하고, 금 ETF에 이어 실물 금으로 투자 수단을 넓혔다는 점에서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