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내리기로 했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이 대상이다. 고유가로 커진 귀성객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주유소 업계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은 공적 재원을 투입해 고속도로 주유소 가격만 낮추는 방식이 인근 일반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불공정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여기서 한번쯤 따져봐야 할 지점이 있다. 국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왜 또 다른 사업자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라는 문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리터당 100원 인하가 분명 반가운 혜택이다. 특히 추석처럼 이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라면 체감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이번 정책을 내놓은 이유 역시 고유가 부담을 공공이 함께 분담하겠다는 데 있다.
하지만 주유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속도로 주유소와 일반 주유소가 서로 다른 조건에서 영업하는 상황에서 특정 범위의 주유소에만 가격 인하가 적용되면, 주변 주유소는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업계는 고속도로 주유소 주변의 영세 주유소 매출 감소와 경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고속도로 주유소를 찾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과 전국 모든 주유소를 지원하는 것은 정책의 목적과 비용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문제는 ‘100원이 적으냐 많으냐’가 아니다. 왜 226곳이어야 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부작용까지 감안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정부가 일반 주유소를 포함한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고 특정 주유소에 한정한 이유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간 주유소가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가격 경쟁 상대가 되는 구조라면, 소비자 지원과 시장 중립성 사이의 균형 역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의 문제도 남는다. 정부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할인 가격을 통해 고유가 부담을 공공이 분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할인에 들어가는 재원이 어디에서 마련되는지, 공공기관의 비용으로 처리되는지, 다른 방식의 지원이 투입되는지 역시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런 정책이 고유가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함께 유류세 인하를 11월 말까지 연장하고, 휘발유는 15%, 경유와 부탄은 25%의 인하 폭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해 원유 수급 상황도 일일 단위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일회성 할인을 계속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국민 부담을 낮추면서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할 것인지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비자 가운데 어느 한쪽의 부담을 다른 한쪽으로 옮기는 방식이라면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추석 연휴 나흘 동안 리터당 100원을 낮추는 정책은 소비자에게 당장 보이는 숫자다. 하지만 좋은 가격정책은 할인 폭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정책이 끝난 뒤 시장에 무엇이 남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고속도로 주유소 할인 정책이 던진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