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케미칼과 롯데대산석화의 통합법인 ‘H&L 어드밴스드’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이 말뿐인 논의에서 실제 통합으로 이어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급 과잉과 범용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라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감안하면 이번 출범은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H&L 어드밴스드는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을 연계해 원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까지 효율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스페셜티 소재와 친환경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구조를 고도화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결국 핵심은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중복 설비와 비용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문제는 대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산과 여수에서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사업 재편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에쓰오일의 대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초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어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다. 신규 고효율 설비를 사업 재편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이를 제외하면 재편 자체가 어렵다는 다른 기업들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H&L 어드밴스드의 출범은 그 출발점이다. 하지만 한 곳의 통합 성공만으로 산업 전체의 체질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울산과 여수에서도 기업 간 이견을 좁히고 실효성 있는 재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 기반과 수출 경쟁력, 지역경제와 일자리에도 직결되는 국가 산업의 문제다. 이번 대산 통합이 일회성 사례에 그치지 않고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 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 단추는 끼웠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음 단추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끼우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