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아름 기자 | 서울시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이 처음으로 ‘20년 만기’를 맞는다. 장기간 거주해온 일부 입주민들이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당초 약속한 최대 20년 거주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 송파구 송파파인타운 등에서는 계약 만료를 앞둔 입주민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서울시와 SH에 계약 연장이나 단계적 분양 전환 등을 건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프트’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변 전세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입주할 수 있고,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현재 장기전세의 평균 보증금은 3억49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6억4800만원의 약 54% 수준이다. 다만 최초 모집공고와 계약서에는 최대 거주기간이 20년으로 제한돼 있으며 분양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입주민들이 계약 연장 등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지난 20년간 크게 오른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있다. 장기간 한 집에서 거주해온 만큼 계약이 종료된 뒤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전세 입주 당시보다 주거비 부담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반면 기존 입주민의 계약을 연장할 경우 장기전세 입주를 기다려온 다른 무주택자들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장기전세가 애초 무주택자에게 장기간 안정적인 주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계약 조건을 변경하기보다 새로운 무주택자에게 입주 기회를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장기전세에 대한 대기 수요도 상당하다. 지난 5월 진행된 장기전세 1154가구 모집에는 평균 16.4대 1의 경쟁률이 기록됐다. 지난해에는 527가구 모집에 2만693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39.3대 1까지 치솟았다.
앞으로 만기를 맞는 가구도 적지 않다.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총 9361가구가 차례로 20년 거주기간을 채울 예정이다. 장기전세의 첫 만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계약 종료를 둘러싼 논쟁도 확대될 전망이다.
SH와 서울시는 현재까지는 기존 입주민의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H는 만기를 앞둔 입주민들에게 계약 종료를 안내하고 있으며, 최대 거주기간인 20년이 지나면 추가 계약 갱신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장기전세의 분양 전환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기전세는 애초 분양 전환을 전제로 공급된 공공임대주택과 제도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계약서에 명시된 20년 거주기간과 분양 전환 불가 조건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단 계약 종료 이후 당장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장애인, 저소득층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장기전세의 계약을 일괄적으로 연장하기보다는 다른 공공임대주택과 연계하는 등 취약계층의 주거 공백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장기전세주택이 처음으로 20년 만기를 맞으면서 서울시는 새로운 무주택자에게 입주 기회를 돌려준다는 원칙을 지킬지, 기존 입주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예외적인 지원책을 마련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20년간 한 집에서 살아온 입주민과 새로운 입주 기회를 기다리는 무주택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장기전세의 향후 운영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